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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공공기관인 국책은행들은 최근 ‘고참급(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과도하게 증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노조를 중심으로 “인사 적체 해결을 위해 명예(희망) 퇴직금을 민간은행 수준으로 높이자”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책은행 노사는 고참 직원의 퇴직을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안정된 지위에 고연봉까지 받아 온 국책은행원에게 억대 명퇴금까지 챙겨주는 건 과도한 특혜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명퇴금 올려달라” 이유는?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대표와 각 은행 노조위원장,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국책은행 직원 명예퇴직 관련 논의를 위해 마주앉았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회의에서 은행장과 노조대표들은 “명퇴가 활성화되면 공공기관의 신규채용도 늘어난다”는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정부는 형평성 등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책은행 노조는 명퇴 활성화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인사 적체를 해소할 가장 좋은 방법이 명퇴인데, 국책은행의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퇴직금 현실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비중은 산업은행이 18.2%, 기업은행 12.3%, 수출입은행 7%(2016년 정원 기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직원 10명 중 1,2명이 임원급 나이가 되는 기형적 구조를 눈앞에 둔 셈이다.

고용보장을 대가로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 대상자에게는 현실적으로 활발한 업무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연히 임금피크 대상이 늘수록 조직의 생산성과 활력은 떨어지고 신입직원 수혈도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현재 국책은행 직원들은 명퇴 신청을 꺼리고 있다. 현행 규정상 금융 공공기관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45%만 퇴직금 명목으로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과 급여 조건이 비슷한 시중은행들이 통상 퇴사 직전 기준으로 36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ㆍ전직 지원금까지 지원하는 것과 차이가 현격하다. “쥐꼬리 명퇴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느니 임금피크제를 택해 후배들의 ‘눈칫밥’을 먹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국책은행 임원은 “고참급 직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최근 핀테크로 금융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고령 직원을 붙잡고 있으면 은행의 경쟁력도 도태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특혜” 반론도 높아 

반면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안정된 지위와 고연봉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국책은행에 억대 명퇴금까지 얹어주는데 대한 타 공공기관과 여론도 싸늘하다. 2018년말 기준 3개 국책은행의 1인당 연간 평균 보수액은 모두 1억원을 넘었다. 국책은행처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관(1인당 6,743만원)이나 공기업(7,842만원)보다 훨씬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의 한 직원은 “평소에도 국책은행 직원은 30% 이상 높은 임금을 받는데 퇴직 때까지 특혜를 받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평소 ‘방만경영’이라는 비판을 자주 받는 공공기관 직원에게 거액의 명퇴금까지 지급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책은행에만 명퇴금을 높이면 360여개에 달하는 다른 공공기관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비슷한 요구가 빗발칠 수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명퇴 자금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주는 셈인데, 억대 연봉자에게 또 다시 억대 명퇴금을 지급하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임금체계 개편 같은 자구노력이 먼저 이뤄진 이후에 명퇴금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명예퇴직금 인상에 대한 찬반논리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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