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 직전 정밀검사 없이 체온만 확인… 감염증 전문가“선내는 에볼라 당시 아프리카보다 열악” 
19일 일본 요코하마항 다이코쿠부두에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하선한 승객 500여명을 이송하기 위한 시영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요코하마=김회경 특파원

“어쨌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이네요.”

19일 오전 11시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21명이나 발생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가장 먼저 내린 도모다씨 부부의 소감이다. 다소 지친 표정의 남편(77세)은 “집에서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선내에서 불안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엔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정밀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상륙허가서를 보여주면서는 “지금은 괜찮다지만 집으로 돌아간 뒤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그는 아내(71세)와 함께 부두 앞에서 시내버스에 올라 JR쓰루미역까지 이동한 뒤 거주지인 도쿄행 전철을 타기 위해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선내 격리 중인 승객들 가운데 정밀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된 443명을 하선시켰다. 음성 판정 승객들의 하선은 21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양성 판정자와 같은 방을 사용한 승객들은 선내 다른 객실로 옮긴 뒤 2주간 더 머물도록 했다.

19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내린 도모다씨 부부가 귀가하기 위해 시내버스에 타고 있다. 요코하마=김회경 특파원

이날 하선자 대다수는 요코하마시정부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요코하마역 등으로 이동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하선하자마자 일반인들과 섞여 전철ㆍ버스 등을 이용한 것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은 “2주간 제대로 관리했고 음성 판정이 나와 대중교통 이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후생노동성은 향후 며칠간 전화로 하선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한국ㆍ미국 등은 귀국 탑승객에 대한 2주간 추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방침을 두고 비난이 거세다. 당장 도모다씨 부부를 비롯한 하선객들부터 “가족 감염이 우려돼 당분간 집이 아닌 곳에서 지낼 계획”이라거나 “귀가 후에도 재검사를 받고 싶다”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날 하선 직전엔 정밀검사 대신 체온만 확인했다. 잠복기 하선객의 경우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재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되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부실하고 안이한 대응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요코하마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하선객들을 곧바로 귀가시키기보다 호텔 등에 머물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저명한 감염증 전문가인 이와타 켄타로(岩田健太郞) 고베대 의대 교수가 “크루즈선 내부는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당시의 아프리카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전날 선내를 둘러본 후기를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감염에서 자유로운 그린존과 잠재적 위험지역인 레드존의 구분이 없는 건 물론 단 한명의 감염증 전문가도 없다”면서 “승무원이나 보건당국 관계자가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는 등 경각심이 전혀 없는 혼돈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요코하마=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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