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경제의 최대 터전인 반도체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여파로 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세계 최초 극자외선(EUV) 7나노 공정으로 출하된 웨이퍼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 수출 경제의 최대 터전인 반도체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이자 정보기술(IT) 산업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을 전제로 반등을 기대했던 우리 경제의 시름도 깊어지는 형국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 가운데 신종 코로나로 직접적 차질을 빚는 곳은 중국 공장이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회사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25%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D램 생산의 35~40%를 각각 담당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내 한국 공장들이 춘절 연휴 이후 근로자 복귀가 원활하지 않은 탓에 종전 3교대 근무를 2교대로 바꾸는 등 빡빡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의 시안 2공장 증설이 미뤄져 연내 증산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하는 등 투자 지연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안 2공장 증설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당초 생산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들 공장 소재지인 시안, 우시가 코로나 주요 확산 지역 중 하나인 상하이 인근이라 방역당국의 강경 조치로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류가 많진 않지만 불화수소처럼 중국 의존도(지난해 기준 52%)가 높은 반도체 소재가 있다 보니 현지 조업 차질이 길어지면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코로나 감염의 진원인 중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60%를 흡수하는 최대 수요국이다. 코로나 사태가 한 달 넘도록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반도체 가격 상승세도 꺾이고 있다.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특히 D램(DDR4 8Gb)의 단가는 지난 4일 3.49달러로 정점을 찍고 보름새 0.1달러 이상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 D램가격

업계에선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위축될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이자 생산기지인 중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수요·생산이 동반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2%에서 0%로 낮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스마트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3% 줄어들어 201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거라며 더욱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미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비투자가 이어지며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호조를 보일 거란 예상도 있다.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활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특히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의 31.0%가 중국(홍콩 포함)으로 향했고, 그 중 31.6%가 반도체였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내 전체 반도체 수출의 67.3%가 대(對)중국 수출일 만큼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2.0%에 그쳤던 성장률이 올해 2.4%로 반등할 거라 전망하며 내세운 핵심 조건 중 하나가 반도체 수요가 하반기부터 되살아난다는 예측이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