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126)] 뉴칼레도니아 자유여행 1편 
뉴칼레도니아의 바다 빛깔을 보면 항공권부터 알아보고 싶은 성급함이 생긴다. 그리고 고물가라는 큰 벽에 부딪힌다.

호주 여정을 마치고 뉴칼레도니아에 가기로 했다. (프랑스령이어서 ‘누벨칼레도니’로 쓰는 게 정확하지만 한국인에게 더 익숙한 ‘뉴칼레도니아’로 표기한다.) ‘지상의 천국’이란다. 정보는 백지 상태다. 부족한 정보를 찾아 읽고 또 읽어도 감이 안 온다. 읽을수록 미궁에 빠진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건데? 난독증을 일으켰다. 가슴 깊이 품어 온 의문을 한 올 한 올 풀어낸, 경험자 입장에서 기록한 뉴칼레도니아의 실체. 조금은 사적이고 지극히 냉소적임을 미리 밝혀둔다. 자, 일단 악명 높은 물가부터 짚고 넘어갈까.

 ◇호주 물가가 저렴하다고?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Nouméa)에 도착한 첫날, 보트에서 자기로 했다. 섬에 적합한 경험이라 여겼다. 배를 운영하는 프랑스인 엠마누엘이 아직 이 섬나라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에게 엄포를 놓는다.

“호주에서 왔다고? 아휴, 호주 너무 싸지.”

뉴칼레도니아는 호주 물가가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여느 여행자처럼 슈퍼마켓에서 실체를 파악해 봤다. 가장 저렴한 1.5리터짜리 물 한 병이 112퍼시픽프랑(이하 프랑ㆍ약 1,200원), 바게트 180프랑(1,900원), 악소문에 비해 괜찮다 싶었다. 그러나 레스토랑에 갔다가 세게 두들겨 맞았다. 겨우 모양새를 갖춘 식당의 음식 가격이 2,500~3,000프랑(2만7000~3만2,400원) 정도. 음료를 추가하지 않은 걸 감안하면 살 떨리는 물가다. 비싸더라도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면 불만이 폭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뉴칼레도니아에선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을 먹는 자신이 미워진다. 금전적으로 여유 있다면 오히려 좀 더 보태서 해산물류에 도전하는 것이 가성비 면에서 낫다.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 항구의 보트에서 맞이한 석양.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보트. 소박하지만 하룻밤 2,500프랑(2만7,000원)이다. 뉴칼레도니아에선 아주 저렴한 편이다.
슈퍼마켓에서 술안주를 위한 150g짜리 칩이 약 5,300원. 다이어트 생각이 절로 든다.
누메아의 라 까사(La Casa) 레스토랑.
두툼한 참치 스테이크가 2,450프랑(2만6,000원)이다. 이만하면 뉴칼레도니아에선 아주 가성기가 좋은 편에 속한다.
이후 일데팡(L'Île-des-Pins)에서 사상 최악의 식사를 경험했다. 조그마한 생선 3조각이 담긴 이 음식이 2,800프랑(약 3만원)이란다. 애피타이저인 줄 알았다.
 ◇저렴한 숙소를 구할 수 있을까? 

안타깝다. 고물가의 악명은 숙소에도 이어진다. 배낭여행자가 바라는 호스텔은 뉴칼레도니아 본 섬인 라그랑드테르(La Grande Terre)에서 눈에 불을 켜야 찾을 수 있다. 결국 호텔을 대신할 우리의 구세주는 지트(Gîte)와 에어비앤비. 프랑스어로 ‘집’ ‘숙소’를 의미하는 지트는 프랑스식 에어비앤비다. 보통 호텔처럼 리셉션이 있고, 욕실 유무로 가격이 나뉘는 숙소를 제공한다. 에어비앤비처럼 독립된 형태의 주택에서 남는 방을 여행자와 나눠 쓰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취급한다. 지트는 프랑스령인 뉴칼레도니아에서 확실히 강세다. 본 섬과 일데팡을 비롯한 기타 섬에도 숙소가 수두룩하다. 욕실이 없는 3.5평(침대 달랑 하나) 숙소를 확인해보니 7,000프랑(7만5,000원)이다. 이 조건에 이 가격을 저렴하다고 평가해야 하는 현실이 몹시 못마땅하다.

우베아(Ouvéa)에서 머문 지트.
우리네 옛 뒷간처럼 화장실은 밖에 있다. 야생에서 구해 온 나무로 독채가 지어졌다.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기 때문이다. 본 섬의 누메아와 그 주변에 널리 분포하는 편이다. 남쪽에는 전무하고 북쪽 지역의 선택권은 한정적이다. 항상 주머니 걱정을 해야 하는 배낭여행자도 오랜만에 싱글벙글거린다. 욕실이 포함된 독채를 5,000~6000프랑(5만4,000~6만5,000원)에 구할 수 있는 데다 부엌을 사용할 수 있어 경비 줄이기에 최적이다. 가끔 속도가 빠른 와이파이도 만나 감격한다.

누메아의 북쪽 라포아(La Foa)에서 묵은 에어비앤비 숙소. 욕실이 포함된 독립 공간으로 하룻밤 5,000프랑(5만4,000원)이었다.
 ◇인터넷 접속은 수월할까?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은 특유의 향수병을 겪는다. 인터넷과 마주할 때다. 공항을 제외한 누메아에 한정되지만, 뉴칼레도니아는 ‘공식적으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다. 와이파이(Wifi) 표지판을 확인한 후 오랜만에 만난 문명의 이기에 신나서 접속을 시도했다. 그런데 불통이다. 신호는 잡히는데 검색어를 입력하고 화장실을 열 번은 갔다 와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속도였다.

물론 심카드를 살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의 통신망은 OPT가 독점하고 있다. 이 독점통신사에서 여행자에게 ‘투어리즘카드(Tourism Card)’라 이름 붙인, 단 한 종류의 심카드를 판매한다. 보통 1~2주 여행하는 이 나라에서 3개월이나 사용할 수 있다니 배려로 받아들였다. 3,180프랑(3만4,000원), 그리 탐탁하지 않은 가격이다. 덥석 구입하지 못한 이유는 인터넷 사용이 쓸데없이 복잡한 까닭이다. 속도에 따라 3ㆍ5ㆍ7일 등의 한계를 두고 문자로 신청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포켓 와이파이가 있다. 데이터 제한이 없다. 심지어 4G다. 그러나 가격을 보자. 5일까지는 하루 1,190프랑(1만3,000원), 9일까지는 1,090프랑(1만2,000원), 14일까지는 990프랑(1만1,000원)이다. 2주간 사용한다면 약 15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의 선택은 쉬웠다. 잠시 다른 세상과 이별하기로 했다. 굿바이, 인터넷!

여행자를 위한 유일한 심카드의 광고. 가격과 인터넷 속도를 보면, 마냥 저리 웃을 수만은 없다.
크루즈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이 크루즈터미널(Gare Maritime Quai Ferry)이 붐비는 이유가 있다. 무료 와이파이와 앉을 벤치가 있기 때문이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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