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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취약”… 노인 일자리 사업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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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취약”… 노인 일자리 사업 오락가락

입력
2020.02.20 0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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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확진자 계속되는데, 노인이 노인 돌보는 사업 계속하는 자치구 

노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전국천사무료급식소에 지난 18일 무료급식 중단 긴급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취약한 60세 이상 노인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종로구는 지난 1일부터 독거노인 등을 위한 도시락 배달 사업에서 노인들을 배제했다. 서재훈 기자
노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전국천사무료급식소에 지난 18일 무료급식 중단 긴급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취약한 60세 이상 노인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종로구는 지난 1일부터 독거노인 등을 위한 도시락 배달 사업에서 노인들을 배제했다. 서재훈 기자

‘노인들 생계가 우선이냐, 시민들 심기 경호가 우선이냐…’

‘어른신 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는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사는 82세 노인(29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로 판정된 뒤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노인 공포’ 분위기 탓이다. 노인들에게 일거리를 주자니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그렇지 않고서는 그 일자리 덕에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29번 환자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확진자 30번(68), 40번(77) 모두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강북권의 A구청 어르신일자리지원팀은 지난 18일 관내 한 초등학교 급식 업체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급식 도우미로 노인들을 배정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이틀 전 29번 환자가 ‘어르신 일자리사업’을 통해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였다. A구청 관계자는 “29번 환자처럼 감염에 취약한 노인들을 통해 신종 코로가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며 “그렇다고 노인들을 일자리 사업에서 배제할 수도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참여 노인들 상당수가 생계형이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신종 코로나의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는 일찌감치 있었다. 종로구 등은 지난 1일부터 독거노인 등을 위한 도시락 배달 업무에서 노인들을 배제했다. 현재 젊은 복지관 직원들이 직접 배달을 하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사업(노노케어)의 위험성의 감안,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였다.

‘노노케어’ 사업 진행 여부는 서울 내 자치구마다 제 각각이다. 이달 초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B구는 노인 296명이 참여하는 도시락 배달 사업을 계속하고 있고, C구도 노인들이 여전히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C구청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인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근거가 없다”며 “노노케어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마다 노노케어 사업이 제 각각인 것은 명확한 규정의 부재 탓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지방자치단체 등에 하달한 신종 코로나 대응 노인 일자리 업무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나 접촉자가 발생한 지자체의 장은 사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노노케어 사업의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 지차체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면역력 약한 노인들이 신종 코로나에 취약한 것이 기정 사실이라고 본다면 ‘노인이기 때문에’ 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노인 공포’를 부추기고 그에 따른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일자리서 배제되더라도 생활비를 일괄 지원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복지의 틀 안으로 노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위기에 선 노인들에 대한 지원 확대로 생계도 보장하고 공포, 기피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올해 노노케어 사업 참여자는 1만1,000여명에 이른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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