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9일 ‘적극행정’ 활성화를 위해 감사 운영 쇄신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최재형 감사원장이 만나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관행을 혁신하기 위해 ‘적극행정은 면책하고 소극행정은 문책하겠다’ 고 했던 메시지와 같은 맥락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사회의 판단을 존중하고 깊이 소통하면서 국민의 시각에서 좋은 감사가 뭔지 함께 고민하는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먼저 지난해 도입한 사전컨설팅 등 기존의 적극행정 지원제도를 더욱 활성화 하기로 했다. 사전컨설팅 제도는 규정이 불분명하고 선례가 없는 경우 감사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면 책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감사원은 지난해 접수된 101건의 사전컨설팅 신청 중 36건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각 부처 고위급 인사들로부터도 ‘충분히 진행해도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도 실무자들의 우려가 크니 회신을 최대한 빨리 해달라’는 요청이 나온다고 한다. 감사원은 사전컨설팅 종합 플랫폼(DB)을 운영해 정보공유를 통한 적극행정 인색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반대로 소극행정에 대해서는 기획감사를 실시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공직자의 책임을 묻고, 소극행정의 원인인 불합리한 제도와 규정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적극행정 장려를 위해 모범사례를 발굴하는 기획감사도 연 2회 실시한다.
아울러 특정감사를 폐지하고 성과감사로 대폭 전환을 시도한다. 특정감사는 사회ㆍ경제적 현안 과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한 뒤 대책을 마련한다. 성과감사는 주요정책과 사업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분석ㆍ점검해 근원적인 개선대책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공무원 개인에 대한 단편적인 지적을 하기보다 시스템의 원인을 발굴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감사 제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 동안 특정감사와 성과감사는 9대 1 정도의 비중으로 이뤄졌는데 미국에서는 이러한 감사 구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성과감사는 횡령과 같은 명백한 비위가 아닌 이상 개인의 책임소재보다는 정책의 성과를 점검하는 감사이기 때문에 적극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작성방식에서도 개선과 다양화를 추진한다. “문제점 지적 위주가 아니라 실제 공직사회 업무를 점검하고 잘된 건 잘된 것 대로 감사내용에 담아서 전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감사원이 공직사회 지원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최 원장은 “충분히 그런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공직사회가 제대로 일한다는 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르게 일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감사 대상기관이 바뀌어야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아픈 감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업과 정책에 대한 표적 감사ㆍ수사로 공직사회가 경직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 원장은 “적어도 감사원이 정권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제대로 감사해야 할 사안을 미루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면 감사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면서 “현 정부 문제점을 임기 내 다 점검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바로잡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이 총리와 만나 적극행정 방안을 논의한 것이 부적적한 측면이 있다는 질문과 관련, 최 원장은 “독립성과 관련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했지만 적극행정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새로운 감사원의 변화를 공직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필요가 있어 총리의 회동 제안에 호응했다”고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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