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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었어요” 말기 암 투병 중 1억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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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었어요” 말기 암 투병 중 1억원 기부

입력
2020.02.19 16:33
수정
2020.02.19 19: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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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된 이연웅씨

손자, 이연웅씨, 딸, 손자, 부인(왼쪽부터).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손자, 이연웅씨, 딸, 손자, 부인(왼쪽부터).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내 생애 최고로 기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부산보훈병원 호스피스병동 침상에 누워 있던 이연웅(78)씨는 몸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웃으면서 자신의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씨는 이날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93호’에 가입했다. 그는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1억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가입서에 서명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부터 시작됐으며, 1억원 이상을 일시 또는 5년내 기부 약정함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제’(신분이 높을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함)를 실천하는 대표하는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1968년 부산은행에 입사한 이씨는 충무동, 부전동 등에서 부산은행 지점장을 지내다 퇴직한 후 위암에 걸렸고, 현재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공부했고, 주변의 배려속에 직장생활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때문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돼 유년시절에 받았던 사랑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고 한다. 20년 간의 투병생활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경황이 없었으나 이날 드디어 실천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식은 이씨가 거동을 할 수 없어 부인과 딸, 손자 등 가족들과 박영희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씨의 딸은 “아버님이 평생 일만 해오셨고, 현재 병상에 있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늘 생각하셨다”며 “아버지의 결심을 나눔에 대한 소중한 기억으로 만들어 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또 “성금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간호로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는 아내에게 “나도 이제 (기부를)했으니까 좋은 곳으로 갈 것”이라며 “당신도 이 세상 마감할 때 좋은 일을 한 뒤 좋은 곳으로 와서 같이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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