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감염 확산 막았다지만… 정신질환 치료엔 손 놓았던 격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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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감염 확산 막았다지만… 정신질환 치료엔 손 놓았던 격리시설

입력
2020.02.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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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ㆍ진천 우한 교민 179명 332차례 상담

전문의 있어도 수기 안돼 처방 불가

전문가들 “비상시엔 유연한 제도 필요”

지난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주간 격리생활을 마치고 퇴소를 앞둔 1차 입국 우한 교민들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진천=뉴스1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끝내고 지난 15일 경기 평택역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A(44)씨의 얼굴에는 피로감과 불안감이 배어 있었다. 공황장애를 가졌지만 격리시절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약 복용량을 반으로 줄인 영향이었다.

A씨는 회사 업무차 지난 11월부터 이달 초 정부의 전세기 편으로 귀국하기 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머물렀다. 공황장애 약은 출장길에 오르기 전 챙긴 3개월분이 전부였다.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시작된 진천에서의 격리생활 중 약은 바닥을 보였다. 시설에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있어 상담은 가능했지만 약은 구할 수 없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엄격하게 관리되는데 파견 나온 의사라 전산화된 처방 프로세스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침 저녁으로 두 알 복용해야 할 약을 반만 먹으며 힘겹게 버텼다”며 “전면 봉쇄된 우한에서도 그랬고, 격리시설에도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로 우한에 갇힌 교민들을 데려와 2주간의 잠복기를 무사히 넘기고 퇴소까지 마친 정부의 조치에도 허점이 있었다. A씨처럼 당장 정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료해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19일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 따르면 우한에서 입국해 2주일 가량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군 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됐다가 퇴소한 교민 700여명 중 179명은 총 332차례에 걸쳐 심리지원을 받았다. 우한에서부터 몸과 마음이 지친 교민 상당수가 격리생활 중에도 불안함과 답답함을 겪었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2주간 임시생활한 기숙사 객실. 연합뉴스

심리지원은 국립정신의료기관에서 파견된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통합심리지원단이 아산에 4명, 진천에 3명 배치돼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파견이라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의사면허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처방 프로세스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경직된 처방 프로세스로 인해 경찰인재개발원에 입소한 교민 한 명은 지인이 대리처방을 받아야 했다. 공무원인재개발원의 한 교민도 의료팀이 수기처방전을 작성해 진천군보건소에서 약을 구하는 등 매뉴얼에 없는 방식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정신질환을 의미하는 ‘F코드’로 분류된다. F코드는 △의료법 △건강보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엄격하게 보호되는데, 되레 이 엄격성이 비상상황에 약 반출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반면 지난 12일 3차 전세기를 타고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격리된 148명은 통합심리단에 배속된 군의관을 통해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100% 전산화된 일반병원과 달리 군의관은 수기 처방이 가능하다.

때문에 정신 치료가 필요한 특수한 상황에서는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한 교민들의 정신건강 상담과 교육을 총괄하는 심민영(45)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부 부장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병을 키우고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면서 “재난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임시적으로 F코드 제외가 현실적 배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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