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지역 달래기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 거점으로 동남아를 육성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중국을 멀리하는 기류까지 나타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19일 비엔티엔 타임스 등 라오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아세안 특별 외교장관 회의가 이날부터 21일까지 비엔티엔에서 진행된다. 이번 회의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아세안 소속 10개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참석한다. 회의를 제안한 중국 측은 사흘 동안 ‘신종 코로나 예방 및 처리에 관한 중국-아세안 공동 성명서’ 채택을 목표로 회원국 설득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아세안 내 일대일로 전략에 균열이 생긴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발 탈(脫)중국화가 가속화하면서 전격 성사됐다. 중국의 대 아세안 투자 및 건설 계약은 2018년 192억달러에 그쳤다. 아세안 역내에서 한국ㆍ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중국의 고압적 자세에 대한 회원국들의 반감이 심화하면서 전년 대비 49.7%나 투자 규모가 축소됐다. 첨예한 동중국해 영유권 갈등도 역내 반중 정서에 불을 지피던 차에 신종 코로나 변수마저 불거진 것이다. 베트남과 미얀마 등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과의 인적 교류 및 무역 등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세안의 태도 변화에 놀란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유의미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로 시 주석은 앞서 14일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통화에서 “중국 인민들은 신종 코로나와 필사적으로 맞서 싸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자국의 노력을 먼저 강조하면서 아세안의 협조 필요하다는 점을 은연 중 내비친 셈이다.

물론 아세안도 중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관광객 수입 비중이 워낙 커 적절한 선에서 공동 대응 방안에 합의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은 15일 “아세안이 중국 등과 힘을 합쳐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 공포는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17일까지 541명의 탑승객이 캄보디아에서 아시아로 향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과 대만도 웨스테르담호 승객과 승무원의 입국을 금지했다. 현재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700여명의 승객이 체류하고 있으며, 선내에는 997명이 격리 중이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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