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간 갈등 고조, 정부는 통제 수위 더 높여
작년 12월 감염자 이미 104명… 은폐 의혹 재연
‘간호사 삭발’ 영상 논란에 지식인 비판도 확산
사망자 2,000명 넘어, 러시아도 중국인 입국 금지
중국 SNS에 올라온 동영상의 한 장면. 허난성 푸양시의 한 마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을 주민들이 기둥에 묶어놓았다. 이후 방호복을 입은 방역요원이 찾아가 삿대질을 하며 비판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공안이 조사에 착수했다. 환구시보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곳곳에서 주민들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주민 통제를 강화하며 선전에만 주력하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최근 허난성 푸양시의 한 마을에서 방역요원이 기둥에 묶인 한 주민에게 삿대질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공안당국은 19일 “이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주민들이 겁을 주려 한 것”이라며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후베이성 샤오간시에선 완장을 찬 주민들이 가족끼리 마작을 즐기는 한 집에 들이닥쳐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부여한 자치권이 오히려 서로를 감시하고 배척하며 갈등만 심화시킨 셈이다.

진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중국 정부의 실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CDC)는 ‘중화 유행병학 잡지’ 2월호 게재 논문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이전에 이미 우한과 후베이성에서 104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원인불명 폐렴환자 27명을 조사하고 있다”던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의 첫 발표에 비해 환자 수가 4배 가량 많다. 우한 위생위는 지난달 20일 “확진ㆍ의심환자가 224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했지만, 논문에는 같은 달 11~20일에만 감염자가 5,417명 급증한 것으로 명기됐다. 사태 초기에 축소ㆍ은폐에 급급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와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지신인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법학 교수는 지난 17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올린 친필 서한에서 “우한이나 허베이성의 언론들이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다면 인민이 이처럼 참혹한 지경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국은 언론 자유가 없으면 인민이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 정부에 대한 믿음도 사라질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런민대 산하 중양금융연구원도 대학 산하 연구소로는 이례적으로 무차별 교통 통제와 마스크 무단 징발 등을 거론하며 “당국의 퇴행적 조치가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주민 통제와 선전ㆍ홍보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왕중린(王忠林) 후베이성 우한시 당서기는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가정에 머무를 경우 지역책임자를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극적인 진료ㆍ치료를 강조하는 취지라지만 사상 초유의 24시간 주민통제에 이어 지역사회 연대책임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놓은 것이다. 간쑤성정부가 의료진의 희생정신을 부각시키겠다는 취지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간호사 삭발’ 영상은 되레 강요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최고의 밀월관계를 구가하는 러시아가 20일부터 노동ㆍ교육ㆍ관광 목적의 중국인 입국을 일시 제한키로 하는 등 중국의 대외 고립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중국이 19~21일 라오스에서 신종 코로나 예방ㆍ처리를 화두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과 특별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건 주변국 달래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는 “18일 하루 136명이 숨져 사망자 수가 2,004명으로 늘었고, 1,749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감염자가 7만4,18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 대륙 이외 지역 중에는 홍콩에서 2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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