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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조각 반환, 영국ㆍEU 이혼협상 쟁점으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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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조각 반환, 영국ㆍEU 이혼협상 쟁점으로 급부상

입력
2020.02.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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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전시 중인 고대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 일명 '엘긴 마블스’ 중 하나인 신전 동편의 페디먼트 조각.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전시 중인 고대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 일명 '엘긴 마블스’ 중 하나인 신전 동편의 페디먼트 조각. 한국일보 자료사진

‘남남’이 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이혼 협상에서 고대 그리스 유물 반환 문제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 이후 양자간 미래 관계를 설정하는 협상이 진행 중인데, EU가 영국에게 제국주의 시대에 빼돌린 문화를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가장 갈등이 첨예할 무역협상에 앞서 EU가 기선제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EU 외교문서 초안에는 EU 27개 회원국이 영국과 협상에서 “불법적으로 이전된 문화재를 그것들이 원래 있던 국가들에 반환하거나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입장문에 반환ㆍ배상 대상이 될 문화재가 특정되진 않았으나, 고대 그리스 유물 ‘파르테논 신전’을 염두에 둔 조항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영국이 ‘보관’ 중인 고대 유물들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영국은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그리스 문화부는 영국 박물관에 전시된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일명 엘긴 마블스)을 반환하는 캠페인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 후 영국의 영향력이 줄면 이 현안에 대해 EU 회원국들이 그리스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줄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한 EU 외교관은 이번에도 그리스가 이탈리아의 지원하에 문구 삽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물 반환 논란은 EU와 영국이 다음 달 초부터 시작할 미래 관계 협상을 앞두고 벌인 ‘신경전’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영국이 EU를 공식 탈퇴하면서, 양측은 전환 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미래 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양측은 무역협정을 두고 충돌 중이다. 영국은 EU 법규를 따르지 않으면서 대다수 수출 품목에 관세를 면제받는 ‘캐나다식 무역 협정’을 거론하지만, EU는 절대 거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도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EU는 한국·일본· 캐나다와 체결한 것과 비슷한 무역 협정을 영국과도 맺을 수는 없다”고 영국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는 전날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수석보좌관이 벨기에 브뤼셀 대학 연설에서 ‘EU가 캐나다와의 무역 협정과 같은 합의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반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르니에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정중하게 표현한 분노’로 해석하면서, EU 관료들이 보기에 영국이 작년에 체결한 기본적인 브렉시트 합의에 역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리스 유물’이 갑작스러운 의제로 등장한 것도 이런 ‘기싸움’의 연장선상이란 분석이다. 한 EU 관료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유물 반환 의제는 프로스트 보좌관의 발언 여파를 차단하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내놓은 충격요법”이라고 진단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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