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의 한 고교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돌린 문자 내용. 교직원은 1인당 500위안, 학생들은 50위안의 이웃돕기 성금을 내라고 의무적으로 납부할 액수가 적혀 있다. 지아오위와와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강제로 이웃 돕기 성금을 내라고 종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한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외부의 시선이 차가운 상황에서 “대체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18일 탕라오스슈어 등 중국 교육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우한 둥후학원은 지난 13일 “피해 지역에 성금을 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오랜 전통을 지닌 미덕”이라며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이에 따르면 학교 대표는 1인당 1만위안(약 170만원), 학교장 2,000위안(약 34만원), 부교장 1,000위안(약 17만원)을 최소 금액으로 기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까지는 그럴 만했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학원 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사와 직원에게는 1인당 500위안(약 8만5,000원), 고교 학생들에게도 1인당 50위안(약 8,500원)을 내라고 적시했다. 신종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해 이미 성금을 낸 경우에는 “기부한 증거나 계좌이체 내역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고도 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발적인 기부의 참뜻은 온데간데없고, 학교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의무적인 성금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에 학교 구성원은 물론 온라인 공간에서도 항의가 빗발쳤다. 한 교직원은 “내가 신종 코로나 피해자인데 무슨 돈을 내라는 것이냐”고 반발했고, 다른 학생은 “내가 살고 있는 우한 자체가 재난지역인데 왜 우리가 기부를 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네티즌은 “학교 측이 체면을 세우기 위해 교직원과 학생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계의 경우 란저우 공대의 교수가 2만위안(약 340만원), 융현의 교사가 1만위안(약 170만원)을 우한에 쾌척하는 등 미담 사례가 끊이지 않았는데, 학교 측의 강제 성금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중국 우한의 한 고교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공지한 이웃돕기 성금이 ‘강제 기부’라는 비판이 일자 14일 공지한 사과문. “학생들이 50위안 한도에서 자발적으로 성의를 보이면 된다는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웨이보 캡처

안팎에서 비판이 고조되자 학교 측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학생 1인당 50위안을 넘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성의를 표시하면 된다는 당초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부정확한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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