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탈락자 누적 합격률 50%대
“변시낭인 막는다며 응시 제한 ”
“시장 이미 포화” 반대 목소리도
오는 4월 제9회 변호사 시험을 앞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부합하도록 합격자 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 100여 명은 18일 오후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로스쿨은 수험을 위한 고시학원으로 전락했고 학생들은 암기하는 기계가 됐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가한 박강훈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 공동대표는 “변호사 시험은 전문대학원 교육을 통해 법률가의 기본 소양과 자질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은 다양한 학문적ㆍ사회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법률교육을 거쳐 차원 높은 법률서비스를 싸고 쉽게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1회 시험에서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을 합격 기준으로 정한 이후 1,500여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매년 탈락자가 누적되며 합격률은 1회 87.25%에서 지난해 50.7%까지 떨어졌다. 이와 달리 로스쿨과 함께 출범한 의학전문대학원의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은 학교 별로 94%에서 많게는 100%에 이른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시 낭인’ 방지를 이유로 변호사시험 응시 횟수를 5회로 제한한 것도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대 로스쿨 8기 재학생 박은성씨는 “법조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했다고 하지만 입시 위주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는 로스쿨에서도 반복됐다”며 “그러는 사이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로스쿨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종문화회관 방면으로 행진하며 변호사시험 합격자 확대를 주장했지만 적정한 변호사 숫자를 두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에선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지적한다. 2016년 개업변호사 중 18%는 수입이 월 200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월 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기준 2011년 2.83건에서 2018년 1.2건으로 줄었다.
이날 비슷한 시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사법시험존치를위한고시생 모임 등도 “자격시험이 되면 실력 없는 변호사가 쏟아질 것”이라며 변호사시험 합격자 확대에 반대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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