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폐렴 환자 발생 땐 검사 후 일단 격리
해외 여행력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16일부터 사흘 동안 하루에 한 명씩 나타나면서 방역당국이 확진검사 대상자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저인망식’ 방역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해외 유입 감염자로부터의 확산을 막는 봉쇄식 전략에서 국내 감염자로부터의 확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방역대책을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다. 정부는 전국 어디에서나 신종 코로나 감염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확대돼 전국적 유행이 벌어지는 상황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도 18일 담화문을 내고 “더 이상 오염지역에 대한 여행이나 확진환자와의 접촉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 신종 코로나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눈 앞에 와 있다”라고 주장했다.
먼저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 발병 의심환자와 격리대상을 분류하는 기준인 사례정의(환자 판정기준)를 개정해 확진검사 대상자를 또 한번 늘린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새로운 사례정의(제6판)는 전문가 의견 수렴이 마무리 단계여서 20일 오전부터 일선 진료에 적용된다. 사례정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해외 여행력이 없어 발병을 의심하지 못하고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29ㆍ30ㆍ31번)가 나타나면서 이러한 경우까지 신종 코로나 검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세부 지침, 자가격리 통지 방식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롭게 나타난 폐렴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기본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현재 일부 대형병원이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조치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협의 중이라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폐렴 환자가 입원할 경우 일단 1인실 또는 음압병실에 격리한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고, 문제가 없으면 일반병실로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이러한 조치를 전폭적으로 확대하면 폐렴으로 인한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면서 우리가 확인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어느 정도 있는지 조사와 대응을 같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가 장기간 확산하는 경우에 대비해 환자 중증도에 따른 의료기관별 역할 분담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그간 의료계에서 요구해왔던 대로 검사와 선별진료는 보건소로 일원화하는 한편, 경증 의사환자들이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공공병원으로 돌리는 식이다. 국가지정격리병상과 민간 상급종합병원 등 중증 질환관리가 가능한 대형병원은 중증 확진ㆍ의사환자만 집중 치료한다.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늘어날수록 의심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고 동네의원 등 1, 2차 의료기관을 찾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진료체계도 마련 중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신종플루처럼 전국에 광범위한 유행이 발생하는 상황까지는 가정하고 있지 않지만 단계별로 진료체계를 어떻게 정비할지 계획을 고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축제 등 사람이 몰리는 행사 역시 방역대책을 마련한다면 취소하거나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외로부터의 감염자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5일 대한감염학회 등 감염 관련 3개 학회가 지역사회 유행 추정 국가들에 대한 엄격한 여행자제 권고와 입국자 검역 등을 권고한 데 이어, 18일에는 의협이 국내 입국제한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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