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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봄교실은 ‘코로나19’ 무풍지대?

입력
2020.02.18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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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가운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어린이들에게 손 소독제를 발라주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가운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어린이들에게 손 소독제를 발라주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서는 우리 사회의 대응 양상은 대체로 ‘문명의 힘’을 보여주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쩔 수 없는 한계나 ‘비합리적인 멍청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 같다. 진화한 정보기술을 활용해 중국 우한 방문자나 바이러스의 이동 및 전파 가능성 등을 긴밀하게 추적ᆞ분석하는 건 현대 문명의 밝은 면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이러스의 정확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감염자 1명만 나와도 덮어놓고 회사 건물 전체를 폐쇄할 정도로 허둥거리는 건 중세 시대보다 결코 나아지지 못한 어쩔 수 없는 한계라 할 만하다.

□ 과학기술의 한계나 그에 따른 미지(未知)에서 비롯되는 불편과 혼란은 묵묵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발송한 신종 코로나 관련 ‘초등돌봄교실 운영 지침’은 상식 밖으로 비합리적이어서 멍청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시교육청이 새삼 지침을 내린 건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시내 일부 학교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돌봄교실 운영도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질병 전염이 우려돼 학교 수업을 못 할 정도라면, 당연히 돌봄교실도 휴업하는 게 상식이다.

□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공문에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 학교 휴업일에도 돌봄교실은 학부모의 수요를 바탕으로 운영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히고,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일선 학교의 협조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휴업일 등에는 평상시 돌봄교실 이용 학생이 아닌 경우에도 긴급 돌봄이 필요할 경우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덧붙였다. 요컨대 신종 코로나로 학교가 휴업할 경우, 집에서 어린이를 돌보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 등의 편의를 위해 어린이들을 돌봄교실에서 수용하라는 얘기다.

□ 그렇다고 별도의 감염 예방대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돌봄교실 운영 시작 전 학생들의 발열 상태를 확인하라, 야외활동을 자제하라, 올바른 기침 예절을 생활화하라는 정도의 수칙만 나열했을 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언론에 보다 ‘과감한 학교 휴업조치’를 천명했지만, 실제론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국면에서 학생들을 돌봄교실에 몰아넣는 몰상식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이게 감염 위기에 빠진 국민 수송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까지 띄우는 나라의 현장 행정 수준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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