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분리주 생물안전 3등급기관에 분양
19일부턴 기업ㆍ민간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어제(17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분리주 분양을 실시했다”며 “이 바이러스가 고위험 병원체라 생물안전수준 3등급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일단 분양했다”고 밝혔다.
분리주는 확진환자로부터 분리해 낸 완전한 형태의 바이러스(병원체)를 말한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확진환자 호흡기 검체(가래 등)를 세포에 접종해 배양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통해 염기서열을 분석, 바이러스 분리주를 얻어냈다. 보건당국은 이 국내 분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주를 국가병원체자원은행(NCCP)을 통해 각 연구기관으로 분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분리주를 분양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생물안전(Biosafety LevelㆍBL) 3등급 기관들이다. 생물안전등급은 1~4등급까지 나뉜다. 3등급 기관은 사람에게 감염되었을 경우 증세가 심각하거나 치명적일 수 있지만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생물체 취급이 가능한 곳이다. 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바이러스, 황열 바이러스 등이 3등급에 속한다. 현재 국내에는 생물안전 3등급 시설은 공공기관과 의료기관을 포함해 72곳이 있다. 국내에는 4등급 시설은 없다.
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국내 분리주 분양을 ‘연구용 분양’이라고 말한다. 조남혁 서울대의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도 생물자원이라 판매가 이뤄지지만 국가차원에서 연구용으로 분양될 경우에는 배송료 등 실비만 지급하고 바이러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국내 분리주 연구는 세포실험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양한 다음 동물에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쥐를 가지고 이뤄졌다”며 “바이러스를 쥐에 접종한 후 쥐가 죽거나 아픈 이유를 연구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신종 코로나는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라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려면 1~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 첫 백신개발에 18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당국은 19일부터는 생물안전등급이 낮은 일반실험실에서도 실험이 가능하도록 불활성화시킨 핵산을 별도로 분양한다는 방침이다. 분리주보다 안전한 병원체를 민간 기업이나 제약회사에 분양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정 본부장은 “민ㆍ관ㆍ산ㆍ학의 연합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개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정부는 연구비와 기술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예방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2월말까지 예산 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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