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3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49기 사법연수원생 수료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판사 7명에 대해 재판 복귀 결정을 내렸다. 복귀를 희망하지 않은 한 명을 제외하면 현직 법관 8명 중 전원이 재판 업무에 복귀하는 셈이다. 이들 중 4명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3명은 아직 1심 재판조차 받지 않았다.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재판 불신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사법연구 발령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복귀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해 3월 해당 판사들에 대한 ‘사법연구’ 발령이 길어지는 상황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데다 당시와 상황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일부 판사들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잇따른 무죄 판결처럼 ‘제 식구 감싸기’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 결정은 관련 판사들의 행위가 면책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위헌적 행위”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판사 연루 사건 구속영장 내용 유출 혐의로 기소된 판사들은 무죄를 받긴 했지만 비밀누설 성립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돼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 문제를 정부와 논의한 이민걸 부장판사 등 3명은 재판부 판단도 나오지 않았다. 사안의 심각성과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최근의 대법원 행태는 김 대법원장이 강조한 사법개혁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국회에 제출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졸속ㆍ땜질 개혁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사법행정 개혁도 시늉만 하다 말았다.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더니 무더기 재판 복귀로 이어졌다. 사법부 권위 바로 세우기는 고사하고 국민 불신만 키우는 꼴이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이 임명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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