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왼쪽 두 번째) 일본 총리가 13일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일본의 극우 인사가 우익성향 매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한국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역사 문제에서 극우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인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 한국을 본받으라고 공개 비판한 건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산케이신문 서울주재 객원논설위원은 이날 ‘모든 재난은 인재’라는 칼럼에서 “한국은 비즈니스와 관광ㆍ여행, 이주 조선족, 유학생 등 중국과의 왕래와 접촉이 일본보다 훨씬 많은데도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억제에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5년 한국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당시의 교훈을 배경으로 거론했다.

구로다 위원은 이어 “신종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자 한국은 민관이 힘을 합쳐 초기부터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다”면서 정부의 총력 대응,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 한국군 출신 지인을 인용해 “방역은 군사작전처럼 전력을 대거 투입해 속전속결로 봉쇄해야 하는데 일본은 병력을 조금씩 아껴가며 대응함으로써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로다 위원은 일본에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를 야기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당시 민주당 정권이 몰락한 점을 거론하면서 아베 내각을 향해 “신종 코로나도 남의 일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베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구로다 위원이 산케이신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펼친 건 다소 의외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내 대표적인 친(親)아베 매체이고, 구로다 위원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시절 위안부와 관련해 우익 잡지에 ‘매춘부를 국민대표로 삼는 한국’이란 글을 쓰는 등 극우 발언을 쏟아낸 문제적 인물이다. 일본 정부가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방역 실패로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는데다 자국 내 집단 감염까지 속출하는 상황에서 나온 친정부 인사의 쓴소리로 들리는 이유다.

실제 구로다 위원은 한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정부ㆍ여당 입장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게 절대적인 과제”라며 “세월호 침몰 사고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교훈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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