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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어쩌면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한 대담, 쉐보레 더 뉴 말리부 2.0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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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어쩌면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한 대담, 쉐보레 더 뉴 말리부 2.0 터보

입력
2020.02.18 08:22
수정
2020.02.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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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더 뉴 말리부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들려준다.
쉐보레 더 뉴 말리부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들려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그리고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말 그대로 '다운사이징'이 주류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을 쉽게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터보 엔진이 주류를 이루며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드라이빙을 추구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마력, 그리고 0.1km/L의 연비라도 높은 차를 선택하던 시장이었는데, 그런 소비자들의 의지를 뒤로 하고 어느 순간 특정 브랜드, 특정 차량들이 MPi 엔진과 CVT 등을 채용함과 동시에 '편견'은 단 번에 사라지고 시장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진 것도 꽤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리고 싶고 또 드라이빙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런 이들에게 쉐보레 더 뉴 말리부 2.0 터보는 '믿는 구석'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완전히 피어난 섀시 개발 능력

쉐보레를 비롯해 캐딜락 브랜드 및 GM 그룹의 브랜드들이 공통점은 바로 '섀시'의 강성 및 완성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위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2세대 크루즈와 현재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9세대 말리부에서 완전히 꽃을 피웠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섀시에 적용되는 알루미늄 구조 보다 더욱 가볍고, 또 더욱 뛰어난 강성과 철 특유의 탄성까지 담아내는 '기가스틸' 및 다양한 강판의 등장 및 조합은 동급에서 가장 무거웠던 '미국차'를 어느새 가장 가볍게 구현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말리부는 동급은 물론이고 경쟁사들의 대형 세단에 필적이는 4,935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각각 1,855mm와 1,465mm의 전폭 및 전고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L 터보 사양의 공차중량은 1,470kg에 불과할 정도다.

참고로 이는 현대 쏘나타 가솔린 2.0L 18인치 휠 사양과 같은 무게이며 1.6L 터보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센슈어스 19인치 사양과 비교할 때에도 20kg가 가벼운 수치로 'GM의 섀시 개발 능력'의 우위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10년 전부터 준비된 행보 GM

최근 쉐보레의 컴팩트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데뷔하며 'GM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단순히 새로운 차량이 등장한 것이 아닌 그 동안 부분적으로, 그리고 다소 소극적으로 제시되었던 'GM의 신규 차량 개발 프로세스 및 전략'이 대대적으로 적용되며, 'GM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GM은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향후 GM 차량 개발에 있어 플랫폼과 엔진, 그리고 변속기 개발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완성도 높은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 패러다임'에 대한 언급을 계속 이어왔다. 그리고 더 뉴 말리부는 현재까지의 방점이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첫 발자국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더 뉴 말리부 2.0 터보에 장착되어 있는 2.0L 터보 엔진(LTG)은 다운사이징의 흐름에 맞춰 개발되어 세계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렸던 GM의 V6 3.6L 가솔린 엔진 계열을 능숙하게 대응했다. 단순히 대응만 한 것이 아니라 캐딜락 브랜드에서는 ATS와 CTS로 이어지며 동급 최고 수준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제시했고, '1.35L E-터보 엔진'은 다운사이징 이상의 가치를 품은 '라이트사이징'의 시작을 알렸다.

참고로 차체 있어서 GM의 중형차 전용 플랫폼인 입실론 계열의 최신 사양인 E2XX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는 상기한 것처럼 동급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강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향후 VSS 계열의 플랫폼으로 대체될 예정이지만 입실론 계열의 최종 버전인 만큼 그 경쟁력은 여전히 돋보인다.

디자인과 실내에 대한 이야기

물론 쉐보레 더 뉴 말리부를 마냥 좋게 바라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각자의 성향과 배경에 따라 '호불호'에 대한 평가라 갈라지고 또 실내 공간의 구성과 연출에 있어서는 분명 GM이 부족한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북미가 개발을 주도했던 말리부와 국내 개발진들이 주도하여 개발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연출을 보고 있으면 상위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말리부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 그리고 트레일블레이저가 인상적인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 동안 쿠션의 풍성함은 적어도 시트 자체의 착좌감이 부드러운 차량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과 달리 장거리 주행에 대한 대응, 그리고 시트 내구성 등을 고려해 쿠션감이 다소 단단할 정도로 시트를 구성하는 점 역시 '시선에 따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어쩌면 잊고 있던 것들에 대담

하지만 확실히 우위를 점하는 것이 있다. 바로 드라이빙에서 느껴지는 우수한 성능과 차량에 대한 신뢰도가 그 주인공이다. 실제 말리부는 시트에 몸을 맡기는 순간 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시승을 할 때 마다 체격을 가리지 않고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함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조절 범위를 넉넉히한 시트와 스티어링 휠 등을 통해 일상의 주행은 물론이고 스포츠 드라이빙을 곧바로 소화할 수 있는 드라이빙 포지션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253마력과 36.0kg.m의 토크를 내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사실 캐딜락 브랜드를 통해 그 경쟁력, 그리고 가치를 확인 받은 엔진이다. 일반유 사용을 염두한 만큼 캐딜락의 엔진보다는 시원스러운 맛은 없지만 경쟁자 사이에서는 언제든 원하는 출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만족감을 누리게 된다.

덕분에 발진 가속은 물론이고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은 물론이고 별다른 튜닝 없이도 언제든 국내의 다양한 서킷을 달릴 수 있는 '확신'을 주기 때문에 일상의 삶과 함께 원할 때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엔진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국내 운전자 중에서 200마력 이하의 성능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또 자동차에 대한 문화 수준 자체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점을 생각한다면 '과도한 수치'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엔진이라는 건 변치 않을 것이다.

우수한 성능, 그리고 차량이 갖고 있는 구성 때문에 6단 변속기의 적용은 내심 아쉬운 부분이지만 막상 2.0L 터보 엔진과 6단 변속기의 조합으로도 드라이빙의 매력이나 정속 주행 시에도 높은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온라인 상의 누리꾼들의 상상에 의한 평가에 비해 실제 소유자들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단순히 말리부가 2.0L 터보 엔진의 힘으로만 드라이빙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누리꾼들이 '빠르게 달리기 위한 셋업'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을 떠올리고, 또 특정 브랜드의 기술만이 드라이비을 위한 최적의 요소라 생각하는데, 말리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실제 더 뉴 말리부는 기존의 올 뉴 말리부보다 더욱 가볍고, 경쾌한 조향 감각을 제공한다. 올 뉴 말리부를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조향 감각이 너무 가볍다'라며 당황할 정도로 변경되었고, 출시 직후 진행되었던 시승 행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국지엠 관계자들에게 건넨 기자들도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달라진 게 조향 감각 만이 아니다. 실제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올 뉴 말리부보다 더 뉴 말리부가 더 가볍고 부드럽게 변한 것이다. 재미있는 건 더 뉴 말리부가 갖고 있는 주행 한계는 조금 더 단단했던 '올 뉴 말리부'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단단한 하체 셋업이 드라이빙을 위한 최고라 생각하는 이들과 달리 사실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셋업 트렌드가 바뀌었고, 그에 걸맞은 부품들도 연이어 생산되었다.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과 시행착오 덕에 어느새 '부드럽지만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셋업'이 시장에 만연한 상태다. 이는 이미 시대의 흐름이 되어 버린 만큼 '말도 안된다'라고 하기 전에 실제 현실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너가 틀렸다'라는 말에 쉽게 흥분하는 이들이야 '소프트한 셋업'의 더 뉴 말리부를 제대로 체험하지도 않고 드라이빙, 특히 코너링 퍼포먼스가 나쁘다라고 그 가치를 일축하겠지만 더 뉴 말리부를 비롯해 시장에 새롭게 데뷔한 차량들을 보다 진지하게 경험한다면 그 달라진 '시대의 흐름'과 그 흐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점: 드라이빙의 가치를 높이는 엔진, 기술의 발전을 알리는 드라이빙 셋업

아쉬운점: 공간 연출의 미숙함, '현대차가 아닌 브랜드'의 현실

연출과 기능이 아닌 자동차 본연의 가치를 말하는 존재

해외를 다녀보면 이토록 대한민국은 큰 규모의 시장 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문화, 그리고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이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한 현실적인 배경을 고려한다면 헤리티지 대신 현재의 집중한 연출이나 현재에 집중한 대처 등이 꼭 일방적으로 비판 받을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정체와 고민, 그리고 발전을 이뤄낸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는 과도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만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성공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얻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쉐보레 더 뉴 말리부는 어쩌면 빠르게 성장한 환경 속에서 자칫 자동차 본연의 완성도나 가치보다는 화려한 연출이나 맹신과 같은 신념 같은 것들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소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 몰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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