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완주고속도로 눈길 사고… 질산 유독가스 유출 피해 키워
전북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17일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터널 2곳에서 연쇄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 수 십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현장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주변 도로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23분쯤 전북 남원시 사매면 계수리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완주 방향) 사매2터널 안에서 탱크로리와 승용차 등 차량 30여대가 추돌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부상자들은 인근의 남원, 임실, 전주, 광주 등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1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탱크로리와 화물차 등이 사고를 일으키면서 뒤따르던 차량들이 잇따라 추돌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충격으로 질산 1만8,000ℓ를 실은 25톤 탱크로리 차량이 전도돼 불이 붙으면서 터널 내부가 검은 유독가스로 뒤덮여 인명피해가 더욱 컸다. 질산은 실험용 시약과 비료 및 폭발물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약품이다. 각 산업 분야에서 쓰이는 중요 물질로, 독성이 있으며 화상을 입힐 수 있다.
터널 내 차량에 불이 붙고 터널 인근이 유독가스로 뒤덮이면서 구조당국은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북도 관서가 출동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91대와 인력 246명을 투입, 터널 내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 작업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유독가스가 터널 외부까지 번져 현장 접근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 수 집계에 혼선이 일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사고 지점 인근 사매1터널에서도 승용차 등 차량 5대가 잇달아 충돌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었다. 두 사고가 맞물리면서 터널 인근 톨게이트의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으며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들이 우회하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사고 원인은 도로 결빙 등으로 추정됐지만 정확한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남원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었고 적설량은 오후 1시 현재 5.9㎝였다. 경찰은 목격자, 부상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환경부, 도로교통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 관계 기관과 현장 합동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폭설여파로 터널 안이 미끄러워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화재 진압과 사고수습이 완료된 이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원=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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