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 확진 환자의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방역 당국 통제에서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환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 여행 경험이 없고 다른 환자와의 접촉도 없었다. 중국 우한에서 감염 상태로 입국하거나 가족 친지 등으로부터 전염된 기존 환자들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 같은 ‘깜깜이 환자’가 늘어나면 공항과 항만 검역 강화, 환자 동선 추적에 의한 접촉자 격리에 집중해온 기존 방역체계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 감염자들을 조기에 찾아내 증상을 완화시키고 이들이 2차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17일 “29번, 30번(29번의 배우자) 확진자에 대한 판단 결과와 별개로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밝힌 것도 그런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조기 대응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정부는 ‘중국 방문이 없어도 의사 소견에 따라 의심환자로 분류하고 신종코로나를 검사’하도록 한 현행 대응절차(사례정의 5판)를 개정, 그 예시를 추가하는 등 의사 판단 기준을 좀 더 명확히 제시한 대응 절차를 내놓기로 했다. 29번 환자의 경우 5일부터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확진 판정이 날 때까지 찾아간 동네 병원 2곳 어느 곳에서도 감염을 의심하지 못했다. 이 환자가 가슴 통증으로 찾은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이 만약 환자의 폐렴을 의심하지 않고 심장 질환에만 집중해 입원시켰다면 자칫 의료기관 감염이라는 심각한 사태까지 발생할 뻔했다.
의사의 재량권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검사 대상자가 확대되면 대형 병원과 달리 전문 인력이 부족한 동네 병원들과 중소 병원들은 검체 확보 등 검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역 의료기관을 돌면서 검체 채취를 전담하는 조직을 가동하는 등 다양한 정부 보완책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높아질수록 많은 환자를 상대하는 1차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응 능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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