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원 탄핵심판 무죄 판결이 나온 지난 6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판결에 앞서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에 대한 구형량 감축에 개입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1,100명이 넘는 법무부 전직 관리들이 윌리엄 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그의 측근에 대한 구형량을 줄이는 데 앞장선 바 장관을 ‘사법 행정에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수사 검사 4명의 항명으로 시작된 미국판 ‘검란(檢亂)’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전직 법무부 관리 1,143명은 공개 서한을 통해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는 이유로 형사기소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적을 벌주고 동지를 보상하는 법 집행을 하는 정부는 입헌공화국이 아닌 독재국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무부 결정의 독립성을 강조한 바 장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바 장관의 말보다 그의 행동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번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였던 로저 스톤의 구형량 조정 논란에 대한 법무부 내 항명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스톤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2016년 대선 공모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 위증 혐의 등으로 지난 10일 연방검찰로부터 징역 7~9년을 구형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글에서 “매우 불공정하다”고 비난했고 법무부는 곧바로 구형량 감축을 발표했다. 이에 담당 검사 4명은 즉시 반발하며 사건에서 손을 뗐고 1명은 아예 연방검사직을 그만뒀다. 전직 관리들은 이들 4명의 사임을 ‘영웅적’이라고 평가한 뒤 “향후 권한남용이 있을 때 법무부 감찰관이나 의회에 보고하고 필요하면 사임도 불사하라”고 호소했다. 바 장관의 사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현직 관료들이 법무부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촉구의 의미다.

사법 개입 논란이 일자 바 장관은 “대통령의 트윗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 장관은 이번 사태의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형사사건을 재조사할 검사를 새로 선임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조지 콘웨이 변호사는 “바 장관의 인터뷰는 법무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당신(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조용히 하는 모든 일을 망치지 말라’는 의미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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