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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가족=일본ㆍ송강호 가족=한국?’ 日평론가 영화 ‘기생충’ 해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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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가족=일본ㆍ송강호 가족=한국?’ 日평론가 영화 ‘기생충’ 해석 논란

입력
2020.02.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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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가족은 ‘친일파 한국인’…영화가 일본 파괴 욕구 묘사” 

 일본 누리꾼들도 “경박한 망상”, “샘내도 소용없다” 비판 

영화 ‘기생충’ 스틸 컷. CJ ENM 제공
영화 ‘기생충’ 스틸 컷. CJ ENM 제공

일본의 한 국제 정치 평론가 겸 번역가가 영화 ‘기생충’을 두고 “부자 가족이 일본, 빈곤 가족은 한국”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는 17일 시라카와 츠카사(白川 司)가 현지 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에 기고한 ‘한국영화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헤드라인으로 올라왔다. 시라카와는 책 ‘토론의 규칙’ 등을 썼고, ‘월간 WILL’, ‘월간 경제계’ 등 매체에 연재 중인 논객으로 ‘언론에 속지 않기 위한 국제정치입문’이라는 개인 메일 매거진도 운영하고 있다.

시라카와는 이 글에서 “일본 영화계의 침체와는 대조적으로 왜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명성은 높아지고 있는가”를 주제로 외환위기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미친 영향, 대기업과 정부 차원의 지원과 로비, 아카데미 상 심사위원의 다양화 등을 들며 ‘기생충’의 수상 원인을 분석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글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영화 서사에 대한 해석이다. 그는 “일본인 관객 중 영화의 부유한 가족과 기생충 가족 관계에서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본 사람이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나도 바로 그랬다”며 “전후의 고도성장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일본은 지상에서 사는 부유한 가족에, 일본과 개발도상국의 대륙 아시아 사이에 있는 한국은 반지하의 가족에 비유할 수 있다”고 봤다.

영화 ‘기생충’ 스틸 컷. CJ ENM 제공
영화 ‘기생충’ 스틸 컷. CJ ENM 제공

이어 “본 작품의 진면목은 반지하 가족과는 다른 형태로 부유한 가족에 기생하는 ‘지하 부부’가 나타나 반지하 가족과 지하 가족이 싸워나간다는 놀라운 비밀에 있다”며 “지하 가족의 남편은 부유한 가족의 IT기업 사장에게 심취해있는데 익살 맞게, 다소 추하게 그려진 이 지하 부부는 한국에서 엄격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일본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친일파 한국인’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T기업 사장의 무의식적인 경멸에 상처를 받은 기생충 가족의 아버지는 그를 찔러 가족을 붕괴시키는데, 일본에서 받는 차별의식과 국제 조약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태도에 대한 분노나 도리를 초월한 일본에 대한 파괴 욕구를 묘사한 것 같다”며 “마지막에는 범죄자가 돼 지하에 도망친 아버지를 도우려 아들이 ‘내가 위대해져 대저택을 구입하고 지하실에 숨은 아버지를 구출한다’, 즉 ‘한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선진국이 된다’고 아버지에게 맹세하면서 끝난다”고 했다.

시라카와는 “어디까지나 내 나름의 해석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기생충’은 한국 사회를 냉철하게 오려내면서 한국인의 심층심리까지 그린 중층적인 작품”이라며 “이런 작품이 아시아에서 태어나 영화의 세계적인 영예를 받은 것을 기뻐함과 동시에, 침체를 계속하는 일본영화에도 성원을 보내고 싶다”며 글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의 해석에 일본 누리꾼들 조차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며 비판하는 반응이 다수다. 일본 누리꾼들은 “기사 후반의 고찰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싶은,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였다”(kk****), “엄청나게 경박한 망상 기사로 샘을 내도 소용 없다”(mo****), “이 필사적인 기사 초는 뭐지? ‘제발 이렇게 착각 좀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gu****) 등의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세계에서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는 건 일본뿐으로, 영화는 봤는지도 의문이고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며 “여러 인터뷰에서 감독 스스로가 선과 악을 구별하기 어려운 현실을 그렸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너무 혐한 감정이 들어있다”(ju****)고 감독의 의도를 전했다. 또한 “과대망상적인 작품 해석이 필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데, 좀 더 영화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장단점을 건전하게 비평하고 일본 영화계의 길을 가르쳐 달라”(ij****) 등 분석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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