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7일 ‘임미리 칼럼 고소’ 사건 후폭풍에도 공식사과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리 사과’를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 준수를 당부했을 뿐, 칼럼 고소 사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소 사실이 알려진 13일부터 닷새째 침묵이다.

이날 회의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일부 나오긴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근 우리 당이 더 겸손한 모습으로 국민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더 귀 기울여 듣겠다”고 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임 교수의 칼럼은 아프게 한다”며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과’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민주당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도 칼럼 건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쿨하게 사과하라고 했는데 실무진 차원에서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침묵에 4ㆍ15 총선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총리가 나섰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없이 경청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할 것”이라며 “당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이 전 총리의 사과를 대의 차원에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해찬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당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와 남 최고위원의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비판 여론이 계속됐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사과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당이 계속 오만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모습이 자꾸 쌓이면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상무의원회의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반대 의사를 표명할 자유인데 민주당은 편협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4·15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낙후지역 관광지 개발 방안 관련 현장방문을 위해 서울 종로구 부암동을 찾은 뒤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인 자하문터널 입구 계단을 걷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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