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엇박자… 총선 논리에 휘둘리는 경제] 
 장관회의서 합의한 ‘수용성’ 규제, 與인사들 반발로 18일 재논의 
 洪부총리 ‘코로나 추경’ 반대하자 與의원들 성명 내며 추진 압박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청와대에서 업무보고 중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주요 경제정책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장기 계획에 기반해 정부가 입안한 정책들에 집권 여당이 잇따라 불협화음을 내면서, 경제주체들과 시장에 당정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총선 앞 부동산 규제 ‘급제동’조짐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여하는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최근 과열 논란을 빚는 ‘수ㆍ용ㆍ성(수원, 용인, 성남)’ 지역에 대한 부동산 규제 정책 방향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13일 녹실회의에서 이 문제 대응책에 사실상 합의를 봤지만, 여당에서 이견이 제기돼 닷새 만에 다시 회의를 여는 것이다.

지난주 녹실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수ㆍ용ㆍ성 지역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데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회의 후 “(집값 급등 지역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추가 규제를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수ㆍ용ㆍ성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 16일 비공개 ‘당정청 정례 고위급 협의회’에서 갑자기 기류가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추가 규제를 발표할 경우 수ㆍ용ㆍ성과 주변 지역 표심이 영향 받을 수 있다며 규제 시행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필요시 언제든 추가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며 집값 급등에 엄정 대응을 강조해 온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미 기존 부동산 규제의 ‘풍선효과’로 수ㆍ용ㆍ성 지역 아파트가 두 달새 최고 2억원 가까이 오른데다, 최근엔 인근 ‘화ㆍ구ㆍ광(화성, 구리, 광명)’ 지역까지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예고했던 규제가 무산될 경우, 자칫 정부의 규제 신뢰도마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이미 오락가락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동탄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풍선효과가 이미 수ㆍ용ㆍ성을 넘어 인근으로 번지고 있는데, 총선 이후에는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규제로 집값이 내리기 보다는, 일단 총선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자는 관망세만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경제정책을 둘러싼 최근 당정간 엇박자
 ◇부총리 반대에도 공개‘추경’ 압박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둘러싼 당정의 엇박자도 정책의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일각에서 추경 필요성을 제기하자 “올해 예산안의 잉크도 안 말랐다. 지금은 추경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라며 명확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최운열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에 이어 ‘영남권 3인방’인 김부겸ㆍ김영춘ㆍ김두관 의원이 공동성명을 내고 추경 편성을 주문하면서 정부 경제 수장의 방침에 공개 반발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후 ‘정치 추경’비판에 민주당 지도부가 추경을 당장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정부 경제 정책의 신뢰도는 상처를 입은 뒤였다.

선거를 앞두고 ‘한 표라도 더 얻자’는 정치권의 입김이 경제 정책을 흔들었던 사례는 이전에도 잦았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도 유일호 당시 경제 부총리는 긴축 재정을,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은 확장 재정을 강조하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논리로 경제정책의 시기나 방향이 뒤바뀌면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장기적으로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주요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것은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줘 향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 입김이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권 스스로의 자성은 물론,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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