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문재인 탄핵’ 벼르는 보수야당
공소장 어디에도 대통령 범죄 없어
‘박근혜 탄핵’ 앙갚음 악순환 끊어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언주 전진당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생각하면 불안감이 앞선다. 누가 이기든 극심한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걱정에서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똘똘 뭉쳐 서로를 거꾸러뜨려야 할 적으로 여기는 지금의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공존과 다양성 추구를 위해 선거법을 바꿨지만 둘 사이 거리는 더 멀어졌다.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가 맥을 못 추고, 유승민이 ‘보수의 가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이를 웅변한다.

엄습하는 불안감의 근원은 ‘정치 보복’이다. 임기가 갓 절반 지났을 뿐인데 ‘대통령 탄핵’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선 총선이 끝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축출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선거 후 국민을 기다리는 것은 끝 모를 보복의 악순환이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주장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여파다. 공소장에 대통령이 다수 언급되고 청와대 여러 부서가 연루된 데 터잡고 있다.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게 보수 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소장 어디에도 대통령의 직접적 연관성을 드러내는 대목은 없다. 과연 대통령이 몰랐을 리 있겠느냐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 삼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면 책임져야겠지만 아직 수사는 마무리되지 않았고 기소된 측근들 재판은 시작도 안됐다. 성급할뿐더러 정치 공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야당에선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지지 발언으로 탄핵 소추당한 노무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해 상황이 더 엄중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 탄핵 사유는 선거법 위반뿐 아니라 불법 대선자금 등 여러 건이었다. 그마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시민들의 탄핵 반대 시위가 거리를 덮었다. 검찰의 측근 비리 수사 때 23.6%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은 국회 탄핵안 가결 직후 되레 39.4%로 치솟았고, 헌재 기각 후에는 52.4%로 뛰어올랐다.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 탄핵’은 결국 총선에서 야당 참패로 귀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건과 비교해 문 대통령의 죄질이 무겁다는 주장도 나온다. 2심까지 진행된 판결문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친박계 공천을 직접 지시하고 수시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온다. “유승민을 빼라”는 지시도 여러 차례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진술을 거부했지만 정무수석 등 참모들이 일관되게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최순실을 위해 대기업에서 수백억 원을 뜯어내는 등 헌법과 법률 9건을 위배한 사건을 동렬로 놓는 것은 터무니없다. 탄핵도 당시 야권에서 거론한 게 아니다. 그가 거국 내각, 임기 단축 등의 요구를 거부하자 수백만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탄핵된 것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알면서도 보수 야당이 문재인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오로지 ‘박근혜 탄핵에 대한 보복’이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 단두대’로 몰아가 치욕을 준 현 집권세력에게 ‘문재인 탄핵’으로 되갚아주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을 탄핵한 게 불과 3년 전이다. 이명박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구속 사태는 불행한 일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똑같이 당해 보라”며 탄핵과 단죄를 외치는 것은 옳지 않다. 설령 보수 야당이 현 정부를 심판한다 한들 그 다음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또다시 보복의 앙갚음을 하지 않겠나.

보수 야당은 현 정권을 무너뜨릴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나라를 이끌지를 고민하는 게 현명하다. 정권을 다시 잡으면 일자리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검찰 권력은 이용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 나갈지 머리를 싸매야 한다. ‘문재인 타도’만 외치는 미래통합당은 평생 야당만 할 것처럼 군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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