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 통합에 반감” 관측… 총선서 역할 안 맡을 듯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보수 진영이 3년 만에 ‘미래통합당’으로 뭉치게 됐지만, 17일 당 출범식에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통합의 핵심 당사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 의원이 나란히 서서 손을 맞잡는 장면이 끝내 연출되지 못한 것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이혜훈 의원은 통화에서 “유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 이후 일체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출범식에 오지 않은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보수당과 자유한국당 통합을 추진하는 대신 4ㆍ15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뒤 모습을 감추었다.
한국당 쪽에서는 유 의원이 불출마 계획을 접고 수도권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유 의원은 당분간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앞으로 최소 1년 동안은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의도적 잠행’을 택했다는 뜻이다.
유 의원이 통합신당과 거리를 두는 건, 유 의원이 일관되게 주장한 ‘통합의 조건’이 관철되지 못한 데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는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며 새보수당과 한국당이 아닌 제3의 보수신당 창당을 주장했지만, 신당은 미래통합당이란 새 간판을 달았을 뿐, 황교안 체제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사실상 ‘흡수 통합’인 셈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총선을 앞두고 주변에서 통합 요구가 워낙 크다 보니 유 의원이 등 떠밀려 통합을 하게 된 측면이 크다”며 “보수의 재건을 완성시키지 못했다는 책임을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로 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선 재도전’ 의사를 누누이 밝혀 온 유 의원은 2022년 대선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보수가 위기라고 판단되면 조기에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유 의원의 2선 후퇴로 황교안 대표 원톱 체제가 공고해졌지만, 황 대표가 흔들리면 유 의원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될 것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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