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정부 “승객 20명만 검사하고 하선 조치”

1254명 귀국길… 입국 거부 땐 국제미아 될 수도

14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구에서 한 남성이 대형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의 입항에 맞춰 캄보디아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시아누크빌=AP 뉴시스

2,257명을 싣고 캄보디아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제적인 확산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상 없다”는 캄보디아 정부의 판단을 믿고 이미 자국행 비행기에 오른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 전파자가 될 가능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크루즈선 탑승객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의 ‘폭탄’이 될 수도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7일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민간항공사무국은 전날까지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내려 자국으로 향한 탑승객을 1,254명으로 추산했다. 일부가 이미 자국행 비행기를 탄 가운데 1,000여명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대기 중이고, 미국ㆍ호주ㆍ네덜란드 등지로 떠나려는 140여명은 말레이시아로 이동했다. 하선자 중 한 명이 15일 말레이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977명은 선내에 격리됐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크르주선 탑승객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전세기 비행 허가도 취소하면서 일부는 자칫 국제미아로 전락할 위기에까지 몰렸다.

전문가들은 이미 웨스테르담호 탑승객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만큼 신종 코로나의 국제적인 확산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세계보건안보센터 공동 책임자인 피터 라비노위츠 박사는 “승객들이 전 세계로 흩어진 현재의 상황을 통제하는 건 정말로 벅찬 일”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의 윌리엄 샤프너 박사도 “신종 코로나를 중국에 가두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며 “이번 대응이 사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캄보디아 정부와 웨스테르담호 선사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완 아지자 완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캄보디아가 하선 조치 전에 검사한 승객은 전체의 10% 미만인 20명뿐이었고 그나마 이들 샘플에 대한 검사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선사 측은 “탑승객 전원의 체온을 검사했고 승객 추적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라고 항변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안전 문제를 내팽개쳤다”는 비난 속에서도 공식 입장 발표 없이 침묵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웨스테르담호의 입항을 거부했던 태국이 뒤늦게 ‘크루즈선의 희망’을 자처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를 우려한 태국 정부가 이달에만 17척의 크루즈선 입항을 전격 허용한 것이다. 실제로 전날 방콕 인근 람차방 항구에는 독일 크루즈선 ‘아이다비타’호가, 푸껫에는 북유럽의 ‘스타클리퍼’호가 각각 닻을 내렸다. 일본에서 시작된 ‘크루즈선 악몽’이 동남아시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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