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우리가 간다] <11> 유도 곽동한-안창림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왼쪽)과 곽동한이 4일 전남 순천팔마체육관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순천=박형기 인턴기자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유도는 지금까지 한국의 효자종목이란 인식이 강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낸 이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대회마다 금메달을 가져왔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잠시 금맥이 끊겼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원희(39),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민호(40), 2012년 런던 올림픽 송대남(41) 김재범(35)까지 대회마다 한 개 이상의 금메달이 꼭 나왔다.

그래서인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행진을 멈춘 한국 유도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일본 유도는 자국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남녀 14개 체급과 단체전까지 휩쓸겠다며 ‘전 종목 금메달’을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금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무덤덤하다. 올림픽 준비에 매진 중인 곽동한(28ㆍ하이원)과 안창림(26ㆍ남양주시청)은 4일 순천팔마체육관에서 본보와 만나 “선수들은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정확히 말하면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머리 신경 쓸 시간도 아깝다”며 머리를 짧게 잘라버린 남자 73㎏급 안창림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유도를 배운 그는 어릴 적 일본 최고 유망주로 꼽혔지만 2014년 일본 귀화 요청을 거절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유도 종목이 열리는 도쿄 부도칸(武道館)은 그가 일본 전국대회 첫 우승을 했던 장소인 데다, 재일교포를 대표한다는 마음도 크다.

다소 걱정되는 건 일본의 텃세다. 편파판정이 밥 먹듯 일어나는 유도판인데 종주국 일본에서 열리기까지 하니 말이다. 상황이 애매하면 일본 쪽으로 판정이 기울 거라는 게 정설처럼 여겨진다. 남자 90㎏급 곽동한은 “눈에 띄게 이기면 편파판정도 없을 것”이라며 “편파판정도 메쳐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왼쪽)이 4일 전남 순천팔마체육관에서 연습대련을 하고 있다. 순천=박형기 인턴기자

-일본이 도쿄올림픽 유도 전 종목 석권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곽동한(이하 ‘곽’) “일본에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 생각엔 조구함 안창림 안바울까지 다 금메달을 딸 것 같다. 오히려 일본보다 우리가 금메달을 더 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들(일본)의 자신감도 좋은데 우리 선수도 다 금메달 감이다.”

안창림(이하 ‘안’) “올림픽은 일본도 모든 참가국 가운데 하나다.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발휘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다면 한국도 얼마든지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

-일본 자국개최로 편파판정 우려도 크다. 어떻게 보나.

곽 “만약 편파판정이 일어나도 승복은 할 것이다. 일단 편파판정은 매 올림픽마다 있어 왔고, 나한테도 안 일어날 거란 보장이 없다. 그만큼 대비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확실하게 이겨버리면 된다. 편파판정까지 메쳐버리고 싶단 얘기다.”

안 “동한이 형이 얘기한 것처럼 나도 편파판정까지 메치기 위해 준비할 것이다. 경기 수준이 비슷해지면 그런 것(편파판정)에 휘말릴 수 있다. 심판이 일부러 일본에게 유리하게 판정할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심판도 사람이기에 분위기를 탈 수 있고 일본 관중의 응원이 크면 일본 쪽으로 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편파판정은)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신경 안 쓰고 내 유도를 할 것이다.”

-일본은 거의 모든 체급에 세계랭킹 5위 내 선수가 포진해있다. 가장 경계할 상대를 꼽자면?

안 “사람들은 어느 선수를 꼽아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난 말하고 싶지 않다. 마음속엔 물론 (경계 상대가)있다. 하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모든 선수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곽동한은 지난달 텔아비브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따며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는데.

“1월 말 텔아비브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따긴 했는데 그리 만족하고 싶진 않다. 사실 대진도 좋았고 이 대회 결과를 통해 올림픽에서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부족한 게 더 많이 보였던 대회였다.”

유도 국가대표 곽동한(왼쪽)이 4일 전남 순천팔마체육관에서 연습대련을 하고 있다. 순천=박형기 인턴기자

-각자 올림픽까지 가다듬을 부분은?

곽 “훈련은 잘 하고 있어서 육체적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 올림픽 무대에 대한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 모든 훈련 때 마인드컨트롤과 이미지트레이닝에 신경 쓰고 있다.”

안 “올림픽 무대에 선 모든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체력 기술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서 온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을 가다듬고 있다. 모든 잡념을 버리고 내 자신을 믿고 경기하겠다. 경기장에서 일본 사람들이 아무리 야유를 보내도 상관없다. 흔들리지 않게 준비할 테니까.”

-2월과 3월 그랜드슬램, 4월 아시아-오세아니아선수권까지 일정이 바쁘다.

안 “그간 시합에 많이 안 나선 데 따른 부족함을 지난달 텔아비브 그랑프리 때 많이 느꼈고 자극이 됐다. 역시 시합이랑 연습이랑 다르다.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실전 감각을 올리는 데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곽 “이제 올림픽까지 6개월도 안 남았다. 모든 초점을 올림픽에 맞추고 준비하겠다. 남은 시합은 올림픽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2012 런던 대회 이후 금메달이 없는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안 “선수들은 그런 거 신경 하나도 안 쓴다. 그런 기사가 나와도 우리한텐 타격이 없다. 휘말리지 않고 준비하겠다.”

곽 “올림픽 준비하는데 그런 거까지 신경을 쓸 겨를 없다.”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왼쪽)과 곽동한이 4일 전남 순천팔마체육관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있다. 순천=박형기 인턴기자

-안창림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재일교포를 대표해 뛰겠단 다짐도 내놨다.

안 “재일본 대한체육회, 유도회는 물론 기업가와 부모님의 지인들까지 재일교포 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성장했다. 내가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교포 사회가 어려웠던 걸 알아달라기 보다는 날 통해서 문화나 역사 같은걸 이해하시는 분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조금이라도 더 늘어났으면 한다. 이번 올림픽 때 가족들이 교토에서 도쿄로 응원 와 준다고 한다. 원래 부모님은 경기장에 잘 안 오셨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곽동한도 금메달이 절실할 텐데.

곽 “많은 대회를 나갔지만 올림픽은 제일 큰 대회다. 금메달을 따게 된다면 감사인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못하더라도 고마운 마음을 전할 곳이 많다.”

순천=김형준 기자 mediaob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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