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마스크 쓰고 광명성절 축하
백두산지구 혁명 답사단만은 예외
북한은 해마다 광명성절(2월 16일ㆍ김정일 생일)을 맞아 전국 단위의 대규모 군중 집회와 축하 공연, 무도회 등을 열어 왔다. 광명성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함께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가비상방역체계가 작동 중인 탓에 올해 광명성절은 이례적으로 조용하다. 김 위원장 역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 예년의 10분의1 수준인 20여 명만 수행했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대규모 행사의 취소는 물론 지역 및 생산 공장 단위의 소규모 축하 행사의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북한 매체들이 17일 보도한 사진을 보면 마을 광장에 모여 축하 공연을 즐기고 군무를 추는 주민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명절을 맞아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즐기는 장면에서도 마스크는 빠지지 않는다. 북한 주민의 일상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보편화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긴장을 늦추지 말고 위생 사업의 강도를 계속 높이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행동을 ‘그릇된 행동’이라고 규정하면서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이 같은 국가적 비상상황도 김일성 삼부자의 혁명 발자취 앞에서는 예외다. 5만 명의 군인 및 학생, 노동자들이 참가한 ‘백두산 혁명지 답사 행군’ 사진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찾아볼 수 없다. 백두산 혁명지 답사 행군은 지난해 12월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른 김 위원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16일 자강도에서 김정일의 동상에 헌화하는 인민군들 역시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백두의 혁명 전통과 교양 강화를 통한 사상 무장 활동 앞에서 신종 코로나는 이미 극복된 듯하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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