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7만여명 중 절반 입국할 듯…대부분 개별 이동 택해 감염 위험
방역망을 벗어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지역사회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 방문 유학생들이 개강을 앞두고 속속 귀국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7만여명으로 추산되지만 공항에서 격리, 숙소까지 수송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은 단체로 격리할 숙소를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18일 교육부와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7만1,000여명 중 국내에 체류중이거나 입국 포기자를 제외하면 절반 가량이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인 유학생이 415명인 경북대는 이날 현재까지 345명이, 계명대는 전체 523명중 343명이, 영진전문대는 258명, 영남대는 421명이 입국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는 항공권 구입난 등으로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부산에선 이미 입국한 586명이 자취방 등에 자가격리 중이며, 내달 초까지 3,000여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기숙사 수용 문제 등으로 상당수는 개별 격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입국예정 중국인 유학생이 947명이나 되는 우송대는 개강 2주 연기에다 4주간 온라인 수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학들은 실정에 맞게 기숙사나 원룸 등 인근 독립된 공간에 2주간 격리시킨다는 방침이다. 격리기간에는 1인1실을 배정하고 도시락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매일 발열체크를 하고 마스크, 손세정제, 열화상감지카메라 등 방역물품도 비치한다. 2주간 이상이 없으면 당초의 숙소로 옮긴 뒤 정상 등교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작 이에 따른 비용이나 수송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적은 대학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픽업’하고 있다. 대구한의대, 안동대, 배재대 등은 학교에서 버스를 동원해 공항에서 픽업 후 격리수용할 예정이다. 제주는 도가 나서 지난 6일부터 버스 1대를 배정, 공항에서 대학 기숙사까지 태워주는 중국인 유학생 특별수송을 하고 있다. 인천시도 12일부터 공항에서 콜밴으로 기숙사까지 옮기는 수송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입국예정 유학생이 많은 대학들은 대부분 개별이동을 택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1,300여명이 입국할 경북지역 대학 중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영남대와 대구대 등은 별도 교통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대, 영남대, 영진전문대 등도 대구시가 나서 공항에서 동대구(터미널)까지 개별적으로 오면 셔틀버스로 각자 학교로 태워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만약의 감염 가능성은 훤히 뚫려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감염된 17번 환자가 설 연휴에 대구의 본가와 처가 등을 방문했지만 전염시킨 사람이 없는 것은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잘 착용한 덕분”이라며 “입국 예정 유학생들에게도 학교 측이 공항에서 발열체크와 자가진단 앱 설치,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있어 개별이동 시 감염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에선 이번 사태로 상당수 중국인 유학생이 휴학하거나 입학을 포기하는 일이 생기자 재정난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에 기댄 대학 주변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격리에 필요한 비용부담을 놓고 정부나 지자체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속이 타는데, 이번 학기에 당초 등록 예정 중국인 유학생의 20~30%가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학에 부담을 다 지우지 말고 정부가 최소한 격리에 필요한 직접경비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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