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불똥이 해외 대학들로 튀었다. 60개 넘는 나라가 대(對)중국 봉쇄조치에 나서면서 봄 새학기를 앞두고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복학길이 막힌 것. 덩달아 이들의 등록금에 재정을 크게 의존해온 대학들도 막대한 손해를 떠안게 돼 속앓이만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호주의 타격이 크다. 미 CNN방송은 16일 “9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중국인 유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호주와 미국에 몰려있다”면서 “신종 코로나가 두 나라에 수십억달러의 경제적 타격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최근 14일 이내 중국을 방문한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거부하기로 했고, 이튿날 호주 정부 역시 중국 본토에서 출발한 모든 여행객의 입국을 불허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발만 동동 구르게 된 것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설) 연휴 기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정책 전문가인 앤드루 노튼 호주국립대(ANU) 교수는 “명절을 맞아 고국을 방문했던 중국 학생들의 출국 시점과 당국의 봉쇄 조치가 맞물렸다”면서 “학생들 입장에선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정부 자료를 보면 현재 전체 중국인 유학생의 56%에 해당하는 10만6,680명의 입국이 차단된 상태다. 미국 대학에 진학한 중국 출신 학생 36만명의 피해 상황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중국인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휴학을 택하면서 두 나라 소재 대학들의 등록금 수입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피해는 호주 쪽이 좀 더 심각하다. 2018년 호주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서 거둬들인 등록금은 376억호주달러(약 30조원)에 달했는데, 그 중 38%가 ‘차이나 머니’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최대 80억호주달러(약 6조3,600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추산했다. 등록금 수입의 5분의1을 허공으로 날린 셈이다.
대학들은 고육지책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 학습을 권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온 쑤밍시(22) 미 뉴욕대 대학원생은 “온라인 강의로도 학기를 수료할 수 있다고 안내 받았지만 1년에 6만2,000달러나 내는 등록금이 아까워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CNN은 휴학생들이 무더기로 복학했을 때 각 학교가 이들을 정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난 이후 대학들의 위기가 되레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본토 경제가 휘청이면서 가계소득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반중(反中) 정서’ 확산을 의식해 유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호주 시드니대에 재학 중인 한 중국 학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온라인 여론을 보면 ‘바이러스 대 인간’이 아닌 ‘호주인 대 중국인’의 대결로 양분돼 있다”며 “다시 돌아가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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