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검사 도중에 의심, 긴급 격리… “대규모 병원 감염사태 차단한 듯”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이 16일 오후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찾은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 자동 미닫이문에는 ‘응급실 폐쇄’라는 문구가 붙었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82세 남성)가 발생하면서 병원 측이 즉각 폐쇄조치를 내렸다. 이 곳에서 확진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모두 48명. 이 가운데 의료진은 36명으로, 확진 이후 모두 자택에 격리됐다. 고대안암병원은 심근경색을 우려해 내원한 이 환자가 검사 도중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자 곧바로 응급실 운영을 멈췄고, 의료진 및 다른 환자와 신속하게 격리하면서 접촉자를 최소화했다. 병원 측이 “다행히 대규모 병원감염 사태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밝힌 배경이다.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장은 이날 오후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15일 오전 11시 46분 병원 응급실을 찾은 29번 확진환자는 3분뒤 가슴 엑스레이 촬영을 한 후, 오후 3시경 컴퓨터단층(CT) 촬영검사 결과 바이러스 폐렴이 의심돼 응급실 내 음압병실로 오후 4시쯤 격리됐다”며 “당시 응급실에 근무했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6명은 확진판정이 난 16일 새벽 1시경부터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29번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입원환자 4명과 그가 CT촬영을 한 이후 영상진료실을 이용한 8명 등 총 12명은 현재 병원 1인실에서 격리 중”이라고 덧붙였다.

29번 환자 주요 동선. 그래픽=김문중 기자

의료진의 빠른 대처에 박 병원장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29번 환자가 해외여행력도 없고 심장질환으로 내원한 환자여서 매뉴얼대로라면 신종 코로나와 무관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심혈관질환 환자가 응급실로 오면 의료진은 피검사, 소변검사, 가슴 엑스레이 촬영 등 기본검사만 실시한다는 게 박 병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자칫 심장질환에 집중하게 되면 폐와 관련된 문제를 간과할 수 있는데 (다행히) 29번 환자에 대해선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며 “만약 그를 격리시키지 않고 일반병실로 옮겼으면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은 폐쇄됐지만 당분간 고대안암병원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의료진 36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데다가 확진환자가 나온 곳이라는 소식에 예약된 수술도 취소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 접촉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이 병원 A 교수는 “내일(17일) 수술이 예정돼 있던 환자가 병원에 전화를 해 취소했다”며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칫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병원운영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응급실은 방역 작업이 진행됐으나 언제 재개될지도 불분명하다. 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16일 현재 병원 응급실은 소독조치가 완료된 상태”라며 “폐쇄 중인 응급실 운영 재개 문제 등은 당국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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