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헬 등 유학생 3명 참전용사 방문
“할아버지, 생전에 만나고 싶어 해”
지난 15일 오후 산천어축제장 내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점에서 근무하던 라헬(23)과 마흐렛(29), 렐레나(24) 등 유학생 3명이 6ㆍ25 참전 유공자회 화천군지회를 찾았다.
이들은 모두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손녀다. 화천군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하헬 등은 67년만에 할아버지를 대신해 안부를 전했다. 김상형 화천군지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적근산에서 함께 싸운 에티오피아 용사들은 정말 용감한 군인들이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김 회장은 “멀리 타국에 와 대한민국을 위해 피 흘린 그들에게 말할 수 없이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 방문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3명의 할아버지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기회가 된다면 꼭 옛 전우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학생들은 특히 노병들과 만난 뒤 축제장으로 발길을 옮겨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를 대접해 만남의 의미를 더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유일의 한국전쟁 참전국이다. 당시 하일레 셀라시에(1892~1975) 황제의 근위대원 6,037명으로 이뤄진 에티오피아 군대는 눈보라 등 낯선 환경 속에서도 253차례 전투에서 모두 승리했다.
화천군은 2009년부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308명이 화천군의 지원으로 학업을 마쳤다. 특히 이 가운데 2명은 의사가 돼 인술을 펼치고 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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