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국내에서 29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해외를 방문한 경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날 오전 기준으로는 29번 환자는 다른 확진환자와 접촉한 경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9번 환자가 정부가 가장 우려하던 ‘감염원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환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려하던 지역사회 전파 사례일 가능성
당초 정부와 의료계는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다면 그 시작은 ▲증상이 경미해 발병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자 ▲해외 여행력이나 확진환자와의 접촉력이 없어서 증상이 나타나도 발병을 의심해 대처하는 시점이 늦는 환자 ▲앞선 이유들로 인해 선별진료 과정을 거치지 않아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료기관 내부 전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29번 환자는 세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역학조사에 따른 감염원 파악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현재까지 파악된 동선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82세(1938년생) 한국인 남성으로 15일 흉부에 불편감을 느껴 오후 12시에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물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는 경우를 막아서 환자를 빨리 찾아내기 위해 정부는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등 의심증상이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중국이나 이미 지역사회 유행이 시작된 국가를 방문한 경우를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하고 확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9번 환자는 그러한 사례가 아니었기 때문에 선별진료소가 아닌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중증구역에서 진료를 받던 중, 심근경색증을 의심해 실시한 영상검사(CT)에서 폐렴 소견이 발견됐고 신종 코로나가 의심돼 고대안암병원 내부에서 15일 오후 4시 음압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이후 진행된 검사에서 16일 오전 확진판정을 받았고 오전 1시30분쯤 국가지정입원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의심환자 기준은 원인불명 폐렴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해외 여행력이 없어도 확진검사를 실시할 수 있게 길을 열어뒀다. 현재 상태는 이날 오전 기준 발열과 폐렴 소견은 있으나 산소치료를 할 정도의 상태는 아닌 안정적인 수준이다.
◇감염원 찾기 어려울 가능성 있어
문제는 29번 환자의 감염원을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먼저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는 해외에서 감염돼 들어온 환자와 그들의 접촉자로 방역체계 안에서 관리하고 있던 환자였다. 그러나 일본이나 홍콩에서 다른 확진환자와의 접촉이 없어서 감염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먼저 등장했고 각국의 연구결과,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증상이 미약한 경증 상태에서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정부 역시 감염원 추적이 어려운 환자가 나타나는 경우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근 동네의원 2곳 방문
실제로 29번 환자는 확진판정을 받기 일주일 정도 전에 마른 기침을 한 것으로 조사됐고 확진판정을 받기 이전 최근에 동네의원 2곳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이유로 방문했고 실제로 진료가 이뤄졌는지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29번 환자는 종로구 거주민으로 경로당도 이용했으나 해당 경로당은 다른 이유로 이미 이전에 폐쇄된 상태였다고 중대본은 밝혔다. 다만 29번 환자가 언제부터 발병했는지 역학조사가 보다 진행돼야 이 환자가 발병해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파하는 상황에서 몇 명을 접촉했는지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환자가 선별진료소를 가지 않으신 것은 정부가 선별진료를 권고하는 해외여행력, 확진환자와의 접촉력 없었기 때문에 심장질환으로 보고 응급실을 방문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환자분의 잘못이나 의료진의 과실, 잘못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다만 앞으로는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가 높아지면 해외 여행력만 가지고 판별하기는 어렵고 (개별 환자에 대한) 의사의 소견과 직업, 노출력이 이런 부분들을 좀 더 면밀하게 보고 검사를 진행해야 되는 그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 정부가 대한감염학회 등 의료계와 협력해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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