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한 담배회사가 담뱃잎을 이용한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과거 담뱃잎을 이용해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ㆍ생산한 전례가 있어 이번 노력이 허무맹랑한 시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담배회사 ‘레이놀즈 아메리칸’의 자회사인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은 담뱃잎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감염시켜 항체 생산 여부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회사는 미 행정부와의 접촉에서 다음달 초까지 실험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계획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 헤이돈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 대표는 “사람들이 냉소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당시 첫 치료제의 생산을 책임진 경험이 있다. 한 바이오 벤처기업이 담배와 쥐에서 추출된 항체를 혼합해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을 개발한 뒤 양산을 통한 상용화를 담당했던 것이다. 에볼라 발병 초기에 치료제로 사용 승인을 받았던 지맵은 이후 더 효과적인 다른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결국 생산이 중단됐다.
담배회사가 담뱃잎을 이용한 백신 개발에 나서는 것은 담뱃잎의 활용도를 넓히는 동시에 담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실 담배회사들로선 담배 제조가 유해산업으로 인식되고 관련 규제도 갈수록 강화됨에 따라 연초 담배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와 압박이 크다.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해 12월 담배 및 전자담배 구매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개발은 전반적으로 담배 및 담배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숙원 사업이다. 미국 최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메디카고도 담뱃잎을 활용하는 기술로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일반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지만, 담뱃잎을 이용한 실험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어 재정적으로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이런 노력이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폴리티코는 “한때 니코틴이 치매 전단계 환자들의 기억을 향상시킨다는 보고가 있어 크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임상실험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회사들은 ‘돌파구’가 필요하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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