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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위해 ‘붉은 인연’ 만들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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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위해 ‘붉은 인연’ 만들고 싶었어요”

입력
2020.02.1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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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헌혈 플랫폼 ‘피플’ 만든 대학생 김범준씨 

지정헌혈 플랫폼 '피플'을 운영하는 대학생 김범준씨가 지난 13일 서울 헌혈의 집 신촌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정헌혈 플랫폼 '피플'을 운영하는 대학생 김범준씨가 지난 13일 서울 헌혈의 집 신촌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일곱 살배기 아이가 혈액이 없어 수술을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호소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봤어요. 가슴 아픈 사연을 계속 접하면서 혈액 수급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헌혈 참여 플랫폼 ‘피플’ 공동대표 김범준(21)씨는 “혈액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붉은 인연’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 산업정보시스템학과 재학생인 김씨를 포함한 대학생 6명이 합심해 만든 피플(http://pple.link/)은 수혈 받을 피가 부족한 환자와 헌혈 지원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홈페이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피플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환자가 자신의 사연과 함께 혈액형과 병원 등 정보를 올리면 헌혈 지원자가 수혈자를 지정해 헌혈을 하는 것이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응급 수술을 앞둔 환자가 헌혈자를 구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피플은 이런 과정을 간소화했다.

지난해 10월 홈페이지가 공개된 이후 약 5개월간 180여명의 환자들이 피플을 통해 ‘붉은 인연’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30명이 넘는 수혈 요청자들도 지정헌혈자를 찾았다. “일반 헌혈은 내 피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지정헌혈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는 ‘결과’가 직관적으로 보여 더 효과적이고 참여율이 높다”는 게 김씨가 밝힌 피플 활성화 이유다.

피플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서비스라 개발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 그때 흔쾌히 나선 건 대학 선배들이었다. 학내 코딩 동아리에서 만난 컴퓨터공학과 이재규(26) 홍진백(26)씨가 시스템 개발을 도맡았고, 시각디자인과 김지은(26)씨가 홈페이지 디자인 등을 담당했다.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부의 조정훈(25)씨와 피플의 사회적 목표에 공감해 먼저 연락해온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의 강희원(20)씨까지 합류하며 6인의 드림팀이 구성됐다.

이들은 시험 기간에도 밤을 새우며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피플 개발에 매달렸다. 김씨는 “입시 준비에 정신 없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올린 ‘가족이 덤프트럭에 치여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혈할 피가 없다’는 글을 보고 더 힘을 냈다”며 “환자들의 의견을 수시로 들으며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고 보완한 끝에 피플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최근 5년간 헌혈량이 급감하며 지정헌혈은 혈액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헌혈 건수는 261만3,901건으로, 2015년(287만2,156건)에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단체헌혈을 많이 하는 고등학생과 군인 등 10, 20대 인구는 줄어든 반면 수술을 많이 받는 노년 인구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 피플을 주목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씨는 “피플은 피(blood)와 플랫폼(platform)의 합성어이자, 사람들이란 뜻의 피플(people)이기도 하다”며 “피플을 통해 도움 받은 분들이 다시 헌혈을 하는 선순환으로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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