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지난 한 해 동안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온라인 공습에 못 견디고 속절없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반면 편의점은 발 빠른 변신으로 오히려 호황을 맞이한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는 수치에서부터 확인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3.5% 급증한 2,565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매출은 처음으로 9조원대에 진입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지난해 매출이 처음 6조원에 육박했다. CU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7% 늘어난 1,966억원을 가져왔다.
두 편의점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7%, 3.2%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2%대로 내려앉았던 편의점 영업이익률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의 하향세는 뚜렷하다. 이마트의 경우엔 2019년 영업이익(연결기준)이 67.4% 급감한 1,507억원에 그치면서 GS25와 CU에 모두 뒤졌다. 자회사를 제외해도(별도기준) 2,511억원으로 GS25보다 낮다. 약 2년 전만 해도 이들 편의점의 영업이익은 이마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롯데마트 상황은 더 열악하다. 작년 한 해 2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롯데마트는 급기야 상당수 매장이 정리되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점포 수와 점포별 매출이 여전히 느는 추세”라며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습 속에서도 편의점 업계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엔 상대적으로 변신이 자유로운 특유의 유연성이 꼽힌다. “도시락, 커피, 세탁 서비스 등 어떤 콘텐츠를 넣느냐에 따라 식당, 카페, 세탁소 같은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변화의 흐름에 뒤쫓아가기 바쁜 대형마트와 달리 몸집이 작은 편의점의 경우엔 소비 트렌드에 따른 맞춤형 공략이 자유롭단 얘기다. 30여년 전 ‘미니 슈퍼마켓’ 정도로 출발한 편의점이 이젠 없는 게 없는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나면서 완전하게 자리를 잡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란 평가다.
편의점이 트렌드에 맞춰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을 빠르게 출시해온 것도 이용객 증가에 한몫 했다. 접근성 좋은 오프라인 매장이란 이점을 살려 전기차 충전, 전동 이동수단 대여, 디지털 결제 도입 등으로도 방문자를 늘려갔다. 배달 서비스는 대형마트보다 늦었지만 거리와 속도 면에서 유리하다. CU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 도입 후 하루 매출이 100만원 이상 오른 매장도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큰 손’인 1인가구 증가 또한 업계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5개사의) 점포가 5만개를 바라보며 포화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이제 점포 수 확장에서 벗어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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