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한전 공문과 전화로 속여
생산업체 직원 행세한 신종사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마스크 생산업체와 판매업자 중간에서 업체 행세를 하며 물건 대금을 가로챈 신종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마스크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이달 초 팩스로 한국전력공사 지사장 명의의 공문을 한 장 받았다. ‘고압선 공사 중 사고가 발생해 기존 전화가 끊길 수 있으니, 제공한 번호로 착신전환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대수롭게 않게 여겼지만, 이후 11일에도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 같은 내용으로 안내하자, 자신의 사업장 번호를 남성이 알려준 번호로 착신전환했다.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였다.
같은 날 저녁 A씨는 평소 거래하던 마스크 판매업자 B씨로부터 휴대폰 전화 한 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주문한 마스크 16만개 대금 1억6,000만원을 입금했는데, 확인을 해달라는 전화였다. B씨는 A씨에게 “평소 거래하던 계좌와 다르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정작 이 돈을 받지 못한 A씨는 자신의 머리를 쳤다. 070번호로 착신을 유도한 공문과 한전을 사칭한 전화 안내가 고도의 사기행각이었음을 알아챈 것이다. 그러나 이미 판매업자가 입금한 1억6,000만원은 사기단이 착신전환을 통해 알려준 계좌로 송금된 이후였다. A씨는 즉각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피해는 더 있었다. A씨가 사업장 전화를 070번호로 돌려놓고 있던 하루 동안 또 다른 마스크 판매업자가 일당들에게 18만개를 주문하고 1억8,000만원을 가짜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전화 착신전환을 유도한 일당이 생산업체 직원 행세를 하며 평소 거래하던 유통업자를 상대로 대금을 가로챈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난국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발생하자 경찰은 일당들을 추적하는 동시에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건 사례 전파와 함께 예방 교육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을 상대로 ‘거기서 음식을 먹은 뒤 감염됐다’는 허위 전화로 식당에 돈을 요구한 사건도 있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대금지급 전에 해당 업체 계좌번호, 세금계산서 등이 맞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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