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ㆍ아산 격리 우한교민 700여명
15, 16일 이틀에 걸쳐 모두 퇴소
건강음료ㆍ들기름 등 특산물 선물도
“혼자 밥 먹고 외로운 생활 힘들어
지역민 따뜻한 마음 잊지 않을 것”
[저작권 한국일보]15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격리 해제된 우한 교민을 태운 버스가 경기 수원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김영훈 기자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이 막고 그래서 죄송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특산품도 넣어주고 환송해도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15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임시생활을 마치고 퇴소한 오찬교(30)씨는 그간 심경을 이 같이 밝혔다

오씨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으로 출장을 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전세기를 타고 돌아왔다.

지난달 31일 전세기로 입국해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각각 입소했던 교민 366명은 이날 오전 2주간의 임시생활을 마치고 퇴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서울, 대구·영남, 충북·대전·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이동했다. 퇴소에 앞서 진행된 바이러스 검사에서 이들 모두 '음성(정상)' 판정을 받았다.

이날 퇴소한 원종일(44)씨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현지 상황에 대해 "우한에서 단순 전염병이라고 해서 안심했는데 현장 상황은 상당히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업체를 다니는 원 씨 역시 중국 우한에 출장을 갔다가 코로나19 발병에 조기 귀국했다.

그는 "정부가 전세기를 지원한다고 해서 1차 집결지까지 중국의 택시서비스인 ‘DD차량’을 타고 갔는데, 평소보다 무려 10배의 요금을 들여 갔다”라며 “그렇게 해서 전세기를 타고 진천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격리되는 동안 혼자 밥을 먹고, 외롭게 생활하는 것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특히 흡연자들은 이 기간 동안 ‘강제 금연’ 생활을 체험하기도 했다.

오상원(가명∙30) 씨는 "방을 나갈 수가 없어서 담배를 못 펴 너무 답답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폈다”며 웃으며 말했다.

우한 교민들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될까 걱정하면서도 전세기를 마련해준 정부와 자신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거듭 전했다.

회사원 전상원(29)씨는 “아산에 격리 의심 환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여기도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는데, 모두 음성으로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2주 동안 주민들이 과분한 대접을 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진천군민들은 15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마치고 퇴소하는 교민들에게 지역 특산품 등을 선물했다. 김영훈 기자

지역 주민들은 이들이 지나가는 거리에 ‘귀가를 축하합니다’ 등 현수막을 걸었을 뿐 아니라 퇴소하는 교민들에게 지역 특산품 등의 선물도 준비했다. 이에 퇴소한 교민들은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그리운 가족들의 품으로 향할 수 있었다.

수원 터미널에서 퇴소한 아들을 만난 전승재(63)씨는 “처음에는 정부가 미국, 일본에 비해 전세기를 늦게 보내서 정부 대처가 늦은 건 아닌가 화가 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대처, 군민들이 친절히 관리해주는 걸 알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산에 남게 된 나머지 교민은 334명. 이날 최종 검사 결과 전원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16일 집으로 돌아간다. 이들 334명은 지난 1일 2차 전세기편으로 들어온 교민 333명과 보호자 없이 들어온 자녀 2명을 돌보기 위해 국내에서 자진 입소한 아버지 1명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진천=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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