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의 보건 당국 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가족을 데리고 해외로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중국 후난성 장자제시 질병통제센터 만성비감염성질병방지과 리원제(李文杰)과장은 지난달 21일 신종 코로나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지휘부인 방역센터로 차출됐다. 그는 이곳에 근무하면서 자신이 사는 장자제시에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후난성은 신종 코로나가 창궐한 후베이성과 맞닿아 있다.
장자제시의 확진 환자는 15일 현재 2명에 불과하다. 그간 총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3명이 치료를 받고 퇴원해 2명만 병원에 남아있다. 중국 다른 지역에 비하면 ‘클린’지역으로 비칠 정도로 방역 관리가 잘 된 셈이다.
하지만 리 과장은 “모친이 우한에 다녀온 주민과 접촉한 적이 있다”고 속여 고향집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다시 출근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본인도 그렇고, 가족들이 행여나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까 두려웠다고 한다. 결국 30일 가족과 함께 비행기편으로 태국으로 향했다고 중국 베이징르바오가 15일 전했다.
리 과장은 방역센터에서 시 전체의 신종 코로나 관련 빅데이터를 총괄했다. 신종 코로나 방역 대책을 수 차례 상부에 보고해 실제 채택되는 등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안전을 먼저 챙기느라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셈이다.
간부 의료진의 해외 도피는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이에 시 보건 당국은 리 과장에게 귀국을 종용했고, 끝내 열흘 만인 지난 9일 리 과장과 가족은 태국에서 장자제로 돌아왔다.
공안 당국은 조사에서 “리원제는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정직하지도 않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정치적 규율과 조직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면직 처분을 내렸다. 그는 현재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의료진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여권 보관을 강화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리 과장의 요청에 따라 개인 여권을 교부한 방역 당국 담당자 2명은 경고 처분을 받았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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