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16일 선종 11주년 맞춰 미공개 유품 자료집 발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친필 유서가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16일 선종 11주년에 맞춰서다.
1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직접 작성한 유서 등 김 추기경의 미공개 유품 기록이 담긴 ‘역대 교구장 유물 자료집 김수환 추기경’을 김 추기경 11주기인 16일 발간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생전 고인은 장기간 부재나 죽음을 대비해 유서를 작성해뒀다. 자료집에 담긴 유서는 1970년 1월 16일과 10월 19일, 1971년 2월 21일 밤에 작성됐다. 유서에는 자신의 장기간 부재나 사망 시 이뤄져야 할 교구장직 대행이나 대(對)바티칸 신변 처리 문제 요청과 함께 사회 속에서 가난하고 봉사하는 교회가 될 수 있게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일치하고 쇄신하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집에 포함된 유품 중에는 세례대장과 견진대장도 있다. 고인은 1922년 7월 25일 당시 대구성당(현 계산동 주교좌성당)에서 대구 대목구 부주교 베르모렐 신부로부터 유아 세례를 받았다. 세례대장에는 “남산동에서 7월 2일 김요셉과 서마르티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세례명은 스테파노, 대부는 이 베드로”라고 기록됐다.
그는 같은 해 9월 8일 같은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았는데 대부는 류 바오로이고 사는 곳은 ‘달성군 수성면 대명동’이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를 받은 그리스도인에게 줘 신앙을 더 성숙하게 하는 의식이다.
자료집에는 올해 10주기인 법정 스님과 고인 간의 각별한 친분이 계기가 된 길상사 개원 법회 축사의 원고, 고인이 입었던 첫 제의와 영대(領帶ㆍ사제가 성무를 집행할 때 착용하는 띠), 교황 바오로 6세가 선물한 성작(포도주 잔)과 성반(쟁반), 1986년 서울 방배동 성당 신축 기금을 마련하려 고인이 직접 쓴 휘호(‘눈은 마음의 등불’), 헌안 등록증, 장기기증 신청서, 자화상 등 관련 기록도 수록됐다.
연구소는 “각지에 흩어져 있던 김 추기경 관련 사료를 한데 모았다”며 “기념상본, 전례복, 성직자복, 인장, 친필 등 14개 항목별 유물 250점이 자료집을 통해 상세히 소개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자료집 발간 축사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선조들이 온몸을 바쳐 증거한 신앙의 기록과 사적지를 보존하고 찾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며 “한국교회의 첫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은 훌륭한 사제이자 양들을 잘 인도한 착한 목자이셨다. 유물 자료집을 통해 김 추기경을 다시 만나고 추억하며 기억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김 추기경 자료집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에 걸쳐 교구 200년 역사를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2031년 ‘서울대교구 200주년사’를 간행할 계획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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