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 ‘독도는 우리 땅’ 개사한 영화 대사는 벨소리로 유행
‘일리노이 시카고 외동딸이 나요’라며 과거 고백 놀이까지
고급 코스 요리가 된 짜파구리…한식 알리미 역할 톡톡히
영화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등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기생충’이 유행시킨 사소한 것들, 어쩌면 이 또한 “너는 계획에 다 있구나” 일까요?
‘기생충’은 1인치의 장벽도 넘고 스크린도 초월했습니다. 하나의 밈(Memeㆍ인상적이거나 재미있는 특정 요소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유행으로 자리 잡는 현상)이 된 ‘기생충’은 노래, 영상, 사진, 음식 등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어요.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노래는 ‘독도는 우리 땅’인데 가사가 좀 다릅니다. 영화 ‘기생충’ 속 ‘기정’은 학력과 출신을 치밀하게 속이고자 노래를 이용해 자신을 세뇌합니다. 여기에 쓰인 노래가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는 구절인데요. 이 대사는 ‘초인종 노래’, ‘도어벨 송’, ‘제시카 송’으로 불리며 해외 팬들에게 더욱 인기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외 누리꾼들은 ‘초인종 노래’를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상으로 공유하고 있고요.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심지어 이를 벨소리로 만들어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기정’ 역의 배우 박소담은 팬들을 위해 노래를 재연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봉하이브(#Bonghive)를 검색해보셨나요? 봉준호 감독과 벌집(하이브)를 합성한 단어로 봉 감독의 말 한마디에도 벌떼처럼 열광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봉하이브로 묶인 SNS 게시물에는 봉 감독을 향한 해외 팬들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영상, 문구들이 가득한데요. 이들이 만든 봉 감독의 과거 인터뷰 내용과 어록은 오늘도 트위터에 기록되고 있답니다.
‘기생충’은 포스터도 유행이 됩니다. 셀카(셀피)를 찍을 때 영화 포스터처럼 검은색 막대기로 눈을 가리고 찍는 거죠.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소녀는 “일리노이 시카고에 사는 외동딸이 나다”라며 검은색 막대기로 눈을 가린 채 찍은 사진을 공개해 트위터에서 화제 됐고요.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들의 사진에 검은색 막대기를 합성한 사진이 넘쳐납니다.
“아줌마, ‘짜파구리’ 할 줄 아시죠? 냉장고에 한우 채끝살도 있으니까 그것도 좀 넣으시고.”
다급히 냄비에 물을 받아 짜파구리를 만드는 건 아줌마 ‘충숙’뿐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며 입맛만 다셨던 전 세계 ‘기생충’팬들은 엔딩 크레딧을 올려보낸 뒤 여운을 짜파구리로 달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짜장라면과 우동라면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직접 요리법을 정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했고요. 영화와 똑같이 한우 채끝살을 넣어 만든 짜파구리 인증샷도 끊임없이 올라온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짜파구리가 고급 코스 요리로 팔리기도 했다죠. 피플 매거진이 인정한 홍득기 셰프가 만든 참치 피자, 와규 짜파구리, 복숭아 티라미수가 코스로 나오는 기생충 영화 관람 패키지의 가격은 100달러(약 11만8,360원) 상당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뉴욕 레스토랑에서는 한우 짜파구리가 18달러(약 2만1,000원)에 팔리고 있고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하며 짜장 라면을 먹는 사진을 SNS에 공개해 주목 받았습니다. 일본 도쿄의 한 카페에서는 ‘기생충 세트’라며 소고기 짜파구리와 복숭아를 활용한 ‘계급 사회 칵테일’을 각1,500엔(약 1만6,000원), 900엔(약 9,5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하네요.
‘기생충’은 짜파구리에 이어 한식 문화까지 알렸는데요. 브라질 일간지 폴라지상파울루는 13일 “‘기생충’만큼 유명한 한국 요리”라며 비빔밥과 김치, 갈비, 고추장 등 유명한 한국 음식을 소개했고요 상파울루 시내 한인타운에 있는 한국 음식점도 안내했다고 합니다.
패러디하기 정말 재밌는 포스터, 대사, 표정, 몸짓 그리고 영화 속 음식까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영화 ‘기생충’이 관객들에게 선사한 131분 외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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