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단체들 “동물 학대 방치하지 않겠다는 사법부 판단 존중”
정부, 내년부터 최대 징역 3년 등 처벌 강화 추진
동물보호법 제정 28년 만에 ‘학대 행위’에 대한 첫 실형 선고가 나오는 등 최근 동물 학대 관련 실형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동물권단체는 ‘기념비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고양이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법정구속 된 40대 남성이 13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내주)는 동물보호법 위반ㆍ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법이 잔혹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범행 후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구석진 곳에 옮겨 놓고 세제통 등을 챙겨 범행 현장을 이탈한 후 버린 점을 비추어보면 우발적 범죄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7월 경의선 숲길 인근 식당에서 기르던 고양이 자두를 바닥에 수회 내리쳐 숨지게 했다. 당시 정씨가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 TV가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이 사건은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아 강력 처벌해주세요(동물보호법강화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총 21만 1,240명이 동의했다.
재판부가 실형 선고를 내린 건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50대 남성 김모씨는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 남양읍 주민들이 돌보던 고양이 ‘시컴스’를 벽과 바닥에 수회 내리쳐 숨지게 했다. 김씨는 이 사건 직후 분양 받아 기르던 고양이까지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달 17일 징역 4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가족과 산책을 나갔다가 주인과 잠시 떨어져 실종된 강아지 ‘토순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정모씨도 지난달 22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들은 모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인원은 총 1,908명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구속 기소된 사람은 단 3명으로 이마저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났다. 이에 앞서 2012년 7월 술에 취한 승려가 남의 집에 있는 진돗개를 도끼로 살해한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6월이 선고됐지만 이는 밤중에 담을 타고 넘어간 점 등이 고려돼 주거침입죄와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된 것으로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실형 선고라고 보기는 어렵다.
동물자유연대는 논평을 내고 “이번 (실형) 판결은 더 이상 동물학대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의 잔학성에 비해 형량이 약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실형선고’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잔인한 동물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동물학대 사건 대부분이 처벌되지 않거나 벌금과 집행유예로 끝나고 마는 상황에서 이번 실형선고는 뜻 깊다”며 “우리 사회가 동물학대를 결코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형량이 조금씩 다르지만 동물을 살해할 경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앞으로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하면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지도록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행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에 상해를 입히거나 신체적 고통을 준 사람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고 있는데 내년까지 관련법을 개정해 학대로 동물을 죽게 하는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향후 동물 소유권도 제한된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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