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전염성 질환이 불필요한 오해나 공포를 유발해서 인류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위협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14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 등에 새 안내문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중 3월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 과도한 불안으로 인한 혐오가 싹트자 학교 측에서 이에 대한 자제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김명환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 때문에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혐오 감정이 문제가 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지문을 붙이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이어 “어떤 교수는 ‘미국에서 이런 혐오 발언의 홍수를 겪었다면 학위를 마칠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우리가 인종차별적 언행을 하면 우리도 해외에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되기에 십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안내문 말미에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병기된 “우한 힘내라”는 메시지도 쓰여 있었다.
안내문에는 “중국ㆍ홍콩ㆍ마카오 등에서 입국한 사람은 국적을 막론하고 14일간 도서관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도 담겼다. ‘중국인 유학생’이 아닌, 국적에 상관없이 ‘중국 방문 학생’이 대상인 셈이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국적과 관계된 용어를 쓰면 은연중에 차별이 될 수도 있어 중국 유학생을 특정하는 표현을 피했다”며 “중국과 중국 유학생에 대한 막연한 혐오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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