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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투어코스' 팔겠다는 서울시, 그곳 주민들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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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투어코스' 팔겠다는 서울시, 그곳 주민들은 어쩌라고…

입력
2020.02.14 11:44
수정
2020.0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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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생충’ 투어에 정의당 “가난의 풍경을 상품화” 비판

서울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촬영지 중 시내 탐방코스 소개

정의당 “가난의 풍경을 상품화하고 전시거리로 삼겠다는 것”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시 제공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서울 시내 촬영지를 탐방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탐방코스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와 종로구 부암동 등 촬영지 4곳. 대부분 기택(송강호 분) 일가족이 살고 있는 반지하 주택의 주변 풍경으로 활용된 곳들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허름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기택이 얼굴만 빼꼼히 들어올려 창 밖을 바라보던 반지하들이 있는 곳이다. 화려한 도심 뒤에 가려진 빈곤한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세트장이 아닌 주민들이 거주하는 생활 공간을 탐방코스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런 ‘기생충’ 탐방코스를 소개한 건 지난해 12월 2일 서울관광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앞서 ‘기생충’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북미에서 인기를 얻자 국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제 촬영지를 추려 소개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기념해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와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촬영지를 다시 홍보했다.

서울시의 이런 행보를 두고 ‘빈곤 포르노’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서울시가 ‘기생충 투어코스’를 관광상품으로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즉각 기생충 투어코스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시 제공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시 제공

정의당은 특히 “영화 ‘기생충’의 유명세는 뛰어난 미학적 성취뿐만 아니라 ‘불평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전세계적 공감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이러한 ‘기생충’의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는 것은 가난의 풍경을 상품화하고 전시거리로 삼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도의적으로 사람이 할 짓인가. 결국 가난 포르노를 팔아먹겠다는 것”(wi*****)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팬들이 알아서 찾아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대놓고 가라니, 주민들은 무슨 죄냐”, “기택네 계단 옆이 다 거주민들 집 아니야? 내가 거주민이면 너무 싫을 것 같다”, “여기는 가난한 동네입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느낌. 세트장이면 모르겠는데 실제 사람들 사는 곳이니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실제 촬영지에서 산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팬으로서 오는 건 막지 못하겠지만, 혹시라도 이 동네 오고 싶은 팬들이 있으면 계단에서 기념 촬영하는 행위는 삼가 줬으면 좋겠다”며 “가뜩이나 반지하는 창문 열면 사람 딱 마주치는데 경사진 동네는 거의 눈높이도 맞아서 낮에 상당히 민망해진다. 동네 건물들 오래된 곳도 상당히 많고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다 보니 밖에서 떠들면 그대로 들리는 집 많으니 그것도 주의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대규모의 팸투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광체육국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14일 본보와 통화에서 “정확한 인원은 결정 안 됐으나 최소 단위로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둘러보는 정도이고 어떤 행위를 하진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촬영지 중 주택가와 밀접한 계단 골목길에 대해 “촬영 장소를 둘러보기는 하지만,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 정도로 활동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상품화하고 대규모 단체가 갈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건 우리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다만 촬영지를 직접 보려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정보 제공의 편의성을 높이는 정도일 뿐, 대규모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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