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국회 문턱에 아직도 잠자는 법안들 
 해외 사례는… 메건법ㆍ제시카법 등이 대표적 
미국의 성범죄자 처벌 관련 법률은 어린 희생자의 이름을 딴 경우가 많다. ‘메건법’을 낳은 메건 칸카(왼쪽 사진)와 ‘제시카법’의 주인공 제시카 런스포드의 생전 모습. 위키피디아 캡처ㆍ로이터 연합뉴스

안타까운 사건ㆍ사고로 숨진 희생자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법은 해외에도 적지 않다. 거의 대부분은 미국의 법률들로,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사망 사건에서 비롯된 경우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시행 중인 ‘메건법(Megan's Law)’이 대표적이다. 1994년 7월 뉴저지주에서 ‘메건 칸카’라는 이름의 7세 소녀가 성폭력 전과가 있는 이웃에 의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1996년 연방법률로 제정됐다. 성범죄자의 이름ㆍ나이ㆍ주소ㆍ사진ㆍ직장ㆍ자동차번호 등 거의 모든 신상정보를 거주지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게 주된 골자다. 누구든지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했고, △이사 시 신고 의무화 △피해자 주소지 10㎞ 이내 접근금지 등의 조항도 포함돼 있다. 한국의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와 유사하다.

2005년 미 플로리다주(州) 의회가 만든 ‘제시카 런스포드법(Jessica Lunsford Act)’도 있다. 메건법처럼 이웃에 사는 아동성폭행 전과자에 의해 살해된 9세 소녀의 이름을 딴 것으로, 줄여서 ‘제시카법(Jessica’s Law)’이라고도 한다. 12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선 최소 2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출소 후에도 전자발찌를 채워 평생 감시하도록 했다. 다만 연방법 제정에는 실패, 플로리다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2006년 7월엔 메건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용의 ‘애덤 월시 어린이 보호ㆍ안전법(Adam Walsh Child Protection and Safety Act)’이 제정됐다. 성폭력범을 세 부류로 나눠 단계별 관리방법을 정한 것으로, 재범 가능성이 큰 ‘3단계 범죄자’는 3개월에 한 차례씩 거주지를 경찰에 등록하고, 이를 어길 땐 재수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름과 주소 등 신상정보만이 아니라 DNA 정보도 등록ㆍ관리하도록 했다. 1981년 7월 쇼핑몰에서 유괴됐다가 16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애덤 월시(당시 6세)의 이름을 붙인 법으로, 부모의 오랜 법 제정 노력 끝에 결실을 맺었다.

최근 사례도 많다. 2017년 북한에 장기 억류돼 있다가 미국 송환 직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군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오토 웜비어법(Otto Warmbier Act)’은 대북 금융제재 전면 강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6월 발효된 ‘새미법(Sami’s Law)’은 가짜 우버 운전사한테 살해된 20대 여성의 이름(사만다 조셉슨)을 딴 것으로, 차량공유 서비스업체들이 운전기사의 신원 및 차량 식별 바코드가 명시된 표식을 반드시 부착하도록 했다.

이처럼 희생자 이름을 법 명칭에 붙이는 경향은 미국이 유독 강하다. 전주열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프랑스에도 사람 이름을 딴 법이 많지만 주로 해당 정책을 추진했던 정치인 이름이고, 독일과 일본에는 그런 사례가 없다”며 “미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시티의 강기효 미국변호사는 “희생자와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해당 법률이 만들어진 이유와 의미를 법 이름에 같이 함축시키는 셈”이라며 “법이 주는 경계효과를 더 크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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