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유행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고대 로마의 옥타비아누스는 경쟁자인 안토니우스를 모함하기 위해 그가 클레오파트라에 빠져 로마를 배신할 거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요즘 말로 가짜뉴스였던 셈이다. 미국 독립전쟁을 이끈 벤저민 프랭클린은 영국 왕 조지 3세가 살가죽을 벗기는 인디언과 결탁했다는 허위 기사를,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ㆍ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 역시 열기구를 타고 3일 만에 대서양을 건넌 남자들을 인터뷰했다는 날조 기사를 신문에 실었다.
저자가 보기에 가짜뉴스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정보 생태계의 구성원인 만큼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가짜뉴스 유통 근절은 앞으로도 어렵다. ‘가성비’가 탁월해서다. 진짜 뉴스에 비해 생산ㆍ배포 비용이 턱없이 저렴한데도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
여건은 갈수록 좋아진다. 일단 커지는 수요다. “무한대의 소음과 무질서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과 믿음에 가까운 정보만 찾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확산 조건도 유리해진다. “날조된 정보의 파편은 포털의 댓글과 소셜 미디어, 블로그, 메신저 등을 순식간에 넘나들면서 대중의 관심을 낚아채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봐도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 건 인쇄술 발달이나 라디오의 등장처럼 매체사에 획기적인 발명이 이뤄졌을 때였다.
가짜뉴스의 고고학
최은창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508쪽ㆍ2만2,000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들이 가짜뉴스의 온상 역할을 하는 게 이런 역사의 연장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개인 발언자를 추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허위정보가 전달되고 증폭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수단이 되는 플랫폼의 역할에서 찾는 편이 현명할 것”이라고 저자가 조언하는 건 이런 인식에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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