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당이 선제적으로 추경 논의에 군불을 때던 것과 대조적이다. 아직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데다, 섣불리 추경 카드를 꺼내면 4ㆍ15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태도로 풀이된다.
당내에서 ‘코로나 추경’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건 이달 초다.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지난 5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 등 모든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소상공인, 관광업계, 부품 조달을 못 하는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2일엔 ‘영남권 3인방’인 김부겸(대구 수성구갑)ㆍ김영춘(부산 진구갑)ㆍ김두관(경남 양산을) 의원이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거리에 사람도 없고, 식당은 텅텅 비어 있고, 쇼핑몰에도, 극장에도, 전통 시장에도 인적이 드물 정도”라며 추경 편성을 주문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시기’가 문제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간 ‘정치 추경’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2000년 이후 4월 총선 전 ‘벚꽃 추경’이 편성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오신환 새로운 보수당 공동대표도 13일 “민주당에서 코로나19 피해 대책을 위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표를 사는 야바위 정치”라고 비판했다.
추경 근거도 마땅치 않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코로나 사태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객관적인 경제지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단순 우려만으로 조(兆) 단위의 추가 실탄을 투입할 순 없는 셈이다. 13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추경 편성을 주장했지만, 원내 지도부는 “지금 단계에서 추경을 공론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단 본예산과 3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로 대응하되, 경제 충격이 확인되면 그 때 추경을 논의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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