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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으로 읽는 책] 북극늑대 눈빛에서 경계심이 안 보이는 이유

입력
2020.02.13 2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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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야생의 개’에 실린 북극늑대의 생태. 사진 찍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 라의눈 제공 ©Jim Brandenburg
’늑대와 야생의 개’에 실린 북극늑대의 생태. 사진 찍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 라의눈 제공 ©Jim Brandenburg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캔버스 위 붓자국 같은 규칙적 무늬가 남은, 가파르게 깎아지른 빙산 위에서 하얀 늑대 한 마리가 뒤를 쫑긋 새운 채 앉아 있다. 북아메리카와 그린란드 북쪽 끝 북극권에 서식하는 북극늑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고위도 지역에 사는 동물 중 하나다. 이들에게 빙산은 바다가 얼어붙은 기간에만 접근할 수 있는 더없이 매력적인 장소다.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자신의 세력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늑대의 생태는 1980년대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인간과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적 자연사진작가 짐 브랜든버그 일행이 북극점에서 800㎞ 떨어진 캐나다 엘즈미어 섬에 머물며 오랜 기간 추적한 끝에 눈과 얼음의 세계 속에 숨어 지내던 북극늑대의 존재가 드러났다. 1년에 열 달은 눈에 갇혀 살아야 할 처지지만, 그랬기에 인간의 손길에서 자유로웠고, 그랬기에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덕에 새끼 키우는 장면 등 북극늑대의 경이로운 모습들이 ‘늑대와 야생의 개’(라의눈 발행) 한 켠에 실릴 수 있었다. 빙산 위에서 사진 찍는 사람을 내려다보는 북극늑대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아닌 호기심이 느껴지는 이유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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